자영업자의 비애
자영업자의 비애
  • 제주신보
  • 승인 2019.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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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자영업자(自營業者)는 자기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영어 표현인 self employed는 자신에게 고용된 사람이다. 노·사의 경계를 오가는 존재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국내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기준 547만명에 이른다. 전체 취업자의 25.4%다. 자영업 비율이 25% 넘는 나라는 우리를 포함해 멕시코, 브라질, 터키, 이탈리아 등이다. 이는 일본의 2배, 미국의 4배 수준이다.

직종은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등 천차만별이다. 이들의 수입은 월 209만원으로 임금 근로자 329만원에 훨씬 못 미친다. 하지만 근로시간은 더 길고 빚도 훨씬 많다. 과당경쟁 업종을 피하라는 게 창업전문가들의 충고지만 우리 현실에선 이를 지키기가 그리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영업 과잉의 큰 원인은 일자리가 부족해서다. 자영업자 중 40대 이상이 85%일 정도다. 새 직장을 찾지 못한 중·장년층 상당수가 생계형 창업에 나서는 것이다. 심지어 마지막 생계수단으로 자영업에 뛰어들었다가 남은 돈마저 털리는 판국이다.

실제 자영업자 3명 중 1명(33.6%)이 최근 1년 새 휴·폐업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폐업하지 않은 건 대부분 매수자가 없어서라고 했다. 살 사람만 있었다면 가게를 접었을 거란 얘기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결과다.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대부업체 돈을 빌려 쓴 사람이 412만명에 달했다. 보험을 깨서 현금으로 받아간 환급금이 1년 새 2조원 늘었다. 국내 7개사 신용카드 연체율도 하나같이 뛰었다. 경제를 밑바닥에서 지탱하는 자영업이 심각한 상황에 몰렸다는 뜻이다.

▲자영업의 문제는 대개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이들이 별수 없어 선택한 길이다. 그래선가 경쟁은 과도하고, 하루 12시간 일해도 매출은 뒷걸음질이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의 여론조사에서도 현 정부 출범 후 자영업자들은 82%가 형편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약자의 지갑을 채워주겠다던 정부가 도리어 서민 경제를 더 힘들게 만드는 셈이다.

밥이 곧 하늘이라 했다. 정부가 한 달 용돈 수준인 30만~50만원 주는 1~2개월 단기 일자리를 급조하거나 자영업 교육을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자영업은 중·장년 실업자들이 내일의 희망을 거는 마지막 보루임을 직시해야 한다. 이들이 절망의 벼랑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효율적인 정책이 선보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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