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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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돈 많은 부모를 둔 사람을 빼곤 젊은 시절 누구나 셋방살이의 애환이 있다. 아이가 많다고 방을 얻을 수 없었던 사정은 두말할 나위 없다. 심지어 주인집 눈치 보느라 아이에게 큰소리 한번 내지 못하게 살아온 게 서민들의 삶이다.

갓 결혼한 신혼부부가 원하는 큰 꿈은 무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마도 ‘내 집 마련’이 가장 많지 않을까 싶다. 요즘엔 자기 집이 있어도 전·월세살이를 하는 이들이 없지 않지만 20~30년 전만 해도 세입자들에게 내 집 마련은 평생의 소원이었다.

내 집은 주거안정을 넘어 서민 입장에선 매우 중요한 자산 축적을 의미한다. 허나 웬만한 서민들은 부부가 발이 닳도록 뛰지 않으면 어린 자녀들을 키우기도, 내 집 한칸 마련하기도 힘든 게 오늘의 현실이다.

▲우리 청년세대에게 내 집 마련은 ‘하늘의 별 따기’로 여겨지는 모양이다. 결혼도 하기 전에 비싼 집값과 취업난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하는 청년이 절반에 육박해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근래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미혼남녀 3002명 가운데 44%가 ‘내 집 마련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고 답했다. 거주지별로는 서울 등 수도권 거주자가 47.1%로 광역시(41.8%)나 그외 시·도(39.1%)보다 훨씬 높았다.

제주지역만 해도 연립·다세대 실거래 평균가격은 2억1600만원으로 서울 가격(2억2000만원)과 별 차이가 없었다. 특히 전국 17개 시·도 중 2억원이 넘는 곳은 서울과 제주가 두 곳 뿐이었다.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지 않고 자력으로 집을 마련하기가 사실상 힘들어진 현실을 반영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년세대들은 내 집 마련을 위해 돈을 모으기 보단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즐긴다고 한다. 월급을 털어 해외여행을 가고, 대출 받아 수입차를 사도 아깝지 않다. 실로 한국 사회의 답답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누구에게나 내 집 마련은 분명 하늘을 나는 기쁨일 터다. 하지만 우리 사회엔 내 집 마련을 포함해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 ‘7포세대’까지 출현했다. ‘헬조선’과 함께 대한민국을 조롱하는 젊은이들의 대표적 은어다.

실업에 쫓기고, 세상에 치여 결혼과 인간관계 등을 포기하는 이 땅의 N포 청춘들을 어찌해야 하나. 수십년간 여러 정부가 내건 정책들이 서민에게 고통만 안긴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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