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과 아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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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조, 제주숲치유연구센터대표·산림치유지도사/논설위원

계절의 여왕 5월이다. 하늘은 더 없이 맑고 푸르다. 며칠 동안 뿌옇게 찌푸렸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오름왕국의 기둥 한라산 자태마저 선명하다. 먼 거리에 있음에도 눈앞에 있는 듯하다. 한동안 시선을 뗄 수 없다.

한라산은 널따란 치마폭에 5월의 색을 입히고 있다. 허리 아래쪽에는 초록빛을 두른다. 위쪽에는 연두색을 넣는다. 높낮이에 따라 짙고 옅은 색으로 멋을 부린다. 부드러우면서 웅장한 멋이다. 그 멋은 사계절로 이어진다. 여름의 신록,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경 속으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그 멋에는 품위가 있다. 시간과 때를 기다린다. 어떤 때는 짙은 안개로 온몸을 가린다. 어떤 때는 실루엣 속으로 살짝 윤곽만 드러낸다. 백록담 위에 흰 구름모자를 살짝 걸칠 때도 있다. 백설로 만든 수염을 턱 밑에 달고 나타날 때도 있다.

이렇듯 한라산은 종처럼 솟은 멋쟁이 봉우리다. 태백산맥처럼 기다랗게 이어진 등줄기 봉우리가 아니다. 마치 황금률에 맞춰 세워놓은 것처럼 오름왕국의 기둥이다. 울창한 숲 따라 흘러내린 하향곡선은 너울너울 춤추는 나비의 날갯짓처럼 유연함을 더한다.

한라산은 햇빛과 바람과 비와 눈까지 조율한다. 몰아치는 태풍의 길목을 가로막아 진로를 돌려놓기도 한다. 지역별로 비와 눈의 양을 달리 한다. 북쪽에는 추위와 함께 눈을 많이 내리게 한다. 남쪽에는 온화한 기후와 함께 습도를 높인다. 하루사이에도 날씨 차이를 만든다. 동쪽에는 비가 쏟아지고 있는데 반해 서쪽에는 햇빛이 비치기도 한다.

이처럼 한라산은 오름왕국 전역으로 무한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에 감동을 받거나 매료된다. 벗어날 수 없는 끌림으로 다가온다. 실제 한라산에 매혹돼 한라산만을 그리는 화가가 있다. 한라산에 대한 느낌을 시로 표현한 경우도 많다. 도민들 또한 한라산으로부터 포근한 에너지를 받는다.

이는 한라산 외모에서 풍기는 무형의 에너지다. ‘한라산 아우라’다. 아우라는 독일의 철학자 발터 벤야민의 예술이론에서 등장한 말이다. ‘뛰어난 예술작품에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고고하고 개성적인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아우라는 예술작품을 뛰어넘어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어떤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으로부터 풍기는 남다른 에너지가 있다. 지적으로 보인다거나 선하게 보인다는 등이 그것이다. 이는 커다란 풍선처럼 몸 주위를 타원형으로 둘러싼 피동체 에너지다. 후광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건강한 사람일수록 방출되는 에너지가 강하다.

한라산도 고유한 에너지를 품고 있다. 속살 속으로 들어가 걷고 걸으며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백록담에 올라 만끽하는 즐거움도 있다. 그렇지만 먼 거리에서 보면서 느끼는 외형적 에너지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마을 어귀에서도, 오름에 올라서도, 차를 타고 가다가도 고개를 들어 눈앞을 보면 언제나 우리를 반기는 것이 한라산 아우라다. 자태에서 풍기는 고고함에 도취돼 자석처럼 빨려든다.

건축학자이며 심리학자인 울리치의 연구결과다. 자연경관 사진만보더라도 세로토닌 증가와 알파파 활동수준이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라산 아우라는 사람들의 걱정스런 마음을 봄눈 녹듯 녹인다. 불안했던 뇌파의 안정을 가져온다. 알파파가 생성된다. 이것이 ‘한라산 아우라 치유’다. 마음이 답답할 때는 잠시 시간을 내 한라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 그 어디에서도 받을 수 없는 한라산의 선물에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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