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과 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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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실언과 막말은 엄연히 다르다. 실언(失言)은 실수(失手)로 나온 말이다. 그러니 의도성이 약하다. 천려일언(千慮一言)이란 말처럼 슬기로운 사람도 많은 생각을 드러내다 보면 잘못된 표현이 나올 수 있다. 막말은 나오는 대로 함부로 말하거나 속되게 말한 것이다. 다분히 의도성이 짙다고 할 수 있다.

이 둘은 사후처리에도 차이가 있다. 실언은 사과가 비교적 빠르다. 한바탕 설화(舌禍)로 곤욕을 치르고 나면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빈다. 상대로부터 진정성을 의심받아도 어쨌든 고개를 숙인다. 반대로 막말은 초지일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사방에서 온갖 비난의 화살이 쏟아져도 막무가내로 버틴다. 사과하라는 성화에 못 이겨 잘못을 구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서도 온갖 구실을 갖다 붙인다.

▲‘설시(舌詩)’는 중국 당나라 말기부터 오대십국시대 다섯 왕조를 거치면서 재상을 지닌 정치가 풍도(馮道)의 작품이다. 그는 이 시에서 “口是禍之門(구시화지문·입은 재앙을 부르는 문이요), 舌是斬身刀(설시참신도·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라고 했다. 막말하는 것을 경계하라는 의미로, 오늘날에도 즐겨 쓰는 글귀다.

그러면 어떻게 막말에 대응할 것인가. 미국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샘 혼은 ‘함부로 말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법’에서 여러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2008년 출간해 국내에서도 올해의 베스트셀러에 선정된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우선은 상대가 막말하면 무시할 것을 강조했다. 막말을 경청하는 것은 스스로 독배를 마시는 것이라고 했다. 그 대신에 분명한 신호를 보내거나, 더는 듣고 넘기지 않겠다며 단호하게 자기주장할 것을 주문했다.

막말에 분노하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아야 한다. 분노를 적절히 발산하는 것은 이성적으로 반응하는 것보다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막말에 모호하게 대하면 문제만 키운다고 했다.

▲정치권의 막말 전쟁이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네가 했으니 나도 한다며 피장파장의 전술을 총동원하고 있다. 내년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더 격렬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막말로 상대를 낙인 찍어 표심을 얻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숨겨 있다. 삼인성호(三人成虎)처럼 거짓된 말도 여러 번 되풀이 하면 참인 것처럼 여겨진다.

모두가 이에 부화뇌동하지 말지어다. 남의 입에 끌려다니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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