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노무현과 새로운 노무현
바보 노무현과 새로운 노무현
  • 제주신보
  • 승인 2019.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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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흔히 ‘어리석고 아둔한 사람’을 가리켜 바보라고 한다. 어원은 ‘밥+보’에서 ‘ㅂ’이 탈락된 형태다. ‘보’는 울보, 겁보, 느림보와 같이 체언이나 어간의 끝에 붙어 사람을 나타내는 말이다. 원래는 ‘밥만 먹고 하릴없이 노는 사람’을 일컬었다.

순우리말로 어감이 부드럽다. 그래서인지 목표를 향해 우직하게 한 우물을 파는 사람을 표현할 때도 쓴다. 정치권에선 눈앞의 이익보다 오직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정치인을 칭하기도 한다. 이제는 하나의 고유명사가 된 ‘바보 노무현’이 대표적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평생을 지역주의와 맞서 싸워온 ‘불굴의 승부사’였다. 당선이 안될 줄 알면서도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부산에서 잇따라 출마한 게 그 예다. 1992년 14대 총선, 1995년 부산시장 선거, 2000년 16대 총선이 그것이다. 하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그중 2000년의 도전은 정치 인생이 변곡점이었다, 당시 그는 정치 1번지 ‘서울 종로’를 버리고 정치적 사지였던 부산에 출사표를 던졌다. 종로는 1998년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지역구로 당선이 보장된 곳이었다. 당연히 주변의 반대가 심했지만 그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결과는 역시 낙선이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시민들로부터 ‘바보 노무현’이란 별명을 얻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정치인 팬클럽인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탄생했다. ‘대통령 노무현’의 시작이었다. 결국 그는 2002년 12월,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노 전 대통령은 2009년 5월 23일 김해 봉하마을서 이 같은 유서를 남기고 국민의 곁을 떠났다.

23일은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다. 공식 추도식이 이날 오후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엄수된다. 추도식의 주제는 ‘새로운 노무현’이다. “노무현의 가치와 철학을 계승한 우리 모두가 ‘새로운 노무현’이 돼, 사람 사는 세상의 꿈을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앞서 제주와 서울을 비롯 전국 각지에서 시민문화제 등 다양한 추모행사가 열렸다. 추모행사장은 노 전 대통령을 기리는 노란 물결로 가득 찼다. 허나 그가 꿈꿨던 세상은 현재 진행형이다. 많은 이들이 여전히 노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이유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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