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문제의식을 한국적 터치로 완성한 영화 '기생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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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7번째 작품…칸 영화제서 첫선

양극화와 빈부격차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은 이런 보편적인 현상 혹은 주제를 한국적인 방식으로 풀어내고자 한다.

올해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기생충'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21일 오후 10(현지시간)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공식 상영된 것이다.

봉 감독 일곱 번째 장편인 '기생충'은 당초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벌어지는 예기치 않은 사건이라는 정도만 알려졌을 뿐 그 내용은 자세히 공개되지 않았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기생충'은 블랙 코미디의 옷을 입고 위트 넘치는 방식으로 빈부격차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아낸다. '기생충'이라는 제목에서부터 유추할 수 있듯 영화는 기택네 가족이 박 사장네 집에 몰래 기생하게 되는 내용이다.

아들 기우를 시작으로 딸 기정(박소담), 기택, 아내 충숙까지 박 사장네 입성에 성공한다. 박 사장네 가족은 똑똑한 척하지만 실제로는 바보 같다. 치밀하지도 않은 기택네 계략에 속아 넘어간다. 박사장의 아내 연교(조여정)는 영어를 섞어 쓰며 우아한 척하지만 실은 단순하고 순진하다. 기택네 가족이 완벽하게 기생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생각하지 못한 사건이 발생한다.

영화 속 부유한 가족과 가난한 가족 모두 각 구성원이 네 명이다. 부부와 남녀 자녀 한명씩. 전통적인 가족 모습으로 상징되는 구성원 수다. 그 어디에나 있을 법한 가족이라 보면 될 듯하다. 봉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가족 구성원을 부모와 자녀가 다 함께 있는 형태로 설정했다.'

영화는 한발 더 나아가 상황을 일부 과장한다. 빈부격차를 더 극명하게 드러내고자 함인지 기택네 가족은 한 명도 제대로 된 직업이 없다.

지난달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봉 감독이 "한국관객들이 봐야 뼛속까지 이해할 수 있는 디테일이 곳곳에 있다"고 밝힌 대로 영화는 다분히 한국적이다. 현대 한국사회의 빈부격차에 대한 담론을 아우르기 때문이다.

기택네 가족은 한국에서는 가난의 상징과도 같은 반지하 방에 산다. 집 안에는 꼽등이가 돌아다니고 매일 창문 앞에선 취객이 소변을 본다. 등장인물들 대사를 통해 기택이 과거 치킨집과 대만 카스텔라 집을 했다가 망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한국인들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만한 몰락 소시민을 대표한다.

첫 장면에서부터 휴대전화가 정지돼 기우와 기정은 외부에서 오는 공짜 와이파이 신호를 잡기 위해 집안 곳곳을 돌아다닌다. 외국인 관객들에게는 그저 웃긴 장면이지만, 어디서나 공짜 와이파이 하나쯤은 잡을 수 있는 한국 모습이 반영돼 있다.'

영화에서는 아메리카 원주민이 은유로 등장한다. 박 사장네 아들인 다송(정현준)이 인디언(아메리카 원주민) 마니아로, 정원에 놓인 인디언 텐트와 인디언 모자를 쓴 기택의 모습은 예고편에도 등장했다.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유럽인들은 원주민들과 상생 또는 공생하려 하지 않았다. 원주민 땅을 빼앗고 그들을 내쫓았다. 기택네 가족 역시 박 사장네 가족과 한집에서 공생할 수 없다. 그래서 이들은 기생하려 한다. 처음에는 영국인이 아메리카 원주민에게 그랬듯 기택네 가족이 평화롭던 박 사장네 집을 잠식하고 빼앗는 것 같지만, 후반부에 가서는 '집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인가', '왜 공생은 불가능한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남긴다.

기택네 반지하와 언덕 위에 있으며 계단까지 올라가야 현관문을 만나는 박 사장네 집의 대비 역시 중요한 은유다. '설국열차'에서는 열차 첫 칸과 꼬리 칸이라는 은유를 사용한 봉 감독은 이번에는 수직 구조로 계급적 차이를 풀어냈다. 기택네 집 화장실 내 계단 위에 변기가 있고 그 계단에 올라가야만 와이파이가 잡히는 장면도 같은 맥락이다.

두 가족 이야기인 까닭에 무엇보다 가족 같은 느낌이 중요했을 배우들의 앙상블도 빛난다. 초반 등장하는 기택의 연극 투 대사는 그를 연기하는 사람이 송강호이기 때문에 보편성과 현실성을 동시에 지닌다. 생김새까지 묘하게 닮아 정말 남매 같은 최우식과 박소담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시니컬해진 한국의 청춘을 대변한다.

한편, 봉 감독은 이례적으로 기자들에게 기사 작성 시 스포일러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기생충'이 반전에 매달리는 그런 영화는 아니다"면서도 "스토리의 크고 작은 고비마다 관객들이 때론 숨죽이고, 때론 놀라며, 매 순간의 생생한 감정들과 함께 영화 속으로 빠져들기를, 만든 이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스토리 전개를 최대한 감춰 달라고 부탁했다.

국내에서는 오는 30일 개봉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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