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 가로막는 전신주, 마구 세워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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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럽지만 제주의 매력은 아름다운 경관이다. 제주의 모태인 한라산과 올망졸망한 오름군락, 청정 바다와 해안선 등 이 모두 제주가 자랑하는 천혜의 자산이다. 그런데 송전탑과 함께 지상 전신주는 이를 해치는 옥에 티다. 누구라도 느끼겠지만 탁 트인 자연에서 그를 보노라면 절로 탄식이 나온다. 제주도정이 전선 지중화 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배경이다.

그럼에도 근래 이에 역행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 어처구니없다. 한국전력 제주본부가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애조로 일대에 전신주를 대거 설치하면서 경관 훼손을 부채질한다는 것이다. 현재 노형동 한라수목원~애월읍 하귀1리교차로 6㎞ 구간에 전신주 140여 개가 빽빽이 들어서며 주변 경관을 가로막는 상황이다.

이는 원희룡 도정이 모든 선로를 단계별로 땅속에 묻는 ‘제주 경관보전 특별프로젝트’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최근 제주시 중앙로와 이도2동 가령로, 노형동 원노형3길 등 도시미관 개선을 위한 전선 지중화 사례와 견줘 봐도 정반대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다시 하늘을 가리는 전신주에 대해 무대책이라면 자연친화적 지중화는 결국 요원할 수밖에 없다.

더 한심스러운 건 사업주체인 한전과 제주시가 무책임 행정을 노정시키는 점이다. 당초 양측은 해당 구간의 지중화 사업을 논의했지만 예산을 절반씩 내야하는 부담에 이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사업의 총예산은 9억원이다. 한 해 1조4000억원을 다루는 제주시가 고작 이 정도 재원을 충당 못해 제주현안 중의 하나를 도외시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한전은 선로 지중화를 하면서 유독 제주에 인색한 건 아니지 모르겠다. 아니라면 아무리 예산 문제라 해도 경관이 생명인 제주특성을 외면한 채 이리 경솔하게 추진할 리 없다. 이 사업도 결국 전신주를 세웠다가 지중화로 전환하는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이다. 더는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 한전 등은 공익사업을 통한 경관보전 지중화를 늘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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