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주 52시간
  • 제주신보
  • 승인 2019.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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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세계적으로 근로시간이 법제화된 건 1848년 영국에서 시작됐다. 하루 10시간 넘지 않도록 못박았다. 그후 1886년 미국 시카고의 노동자 파업을 계기로 8시간 노동제의 싹이 텄다. 유럽을 중심으로 주 40시간 근로제가 확산된 거다. 휴일이 가장 많은 프랑스는 근로시간이 주 35시간에 머문다.

우리나라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과로사회였다.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68시간에 달했다. 법정 근로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 휴일근로 16시간 등이 적용됐다.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 과로국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은 배경이다.

그때 우리 사회는 월화수목금금금으로 통칭되는 직장문화가 자랑으로 치부되던 시절이었다. 최장의 근로시간이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이었던 셈이다.

▲우리나라는 9개월의 유예기간을 끝내고 지난 4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행 중이다. 사업주가 주 52시간제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의 형사처벌을 받는다.

그런 상황에 ‘주 52시간제’가 부당하다며 헌법소원을 내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장애인도우미와 소상공인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해당 규정이 근로자의 일할 권리와 계약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개정법상 근로자가 원해도 추가근무를 시킬 수 없어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도 최근 “국가가 일률적으로 임금 수준과 근로시간을 정하고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까지 하는 건 사업자와 근로자의 권리에 대한 지나친 침해”라며 헌법소원에 가세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주 52시간제의 지향점은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워라밸’이다. 그런데 각종 수당이 많았던 정규직조차 소득이 줄자 생계형 투잡에 내몰리는 역설이 만만치 않다.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한 제도가 줄어든 소득을 벌충하기 위해 다른 일자리로 향하게 만든 것이다.

일과 여가생활의 균형을 맞추자는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허나 노사 양쪽 중 어느 하나라도 힘들게 하고 있다면 안한 만 못한 것이다. 최소한 근로자가 원하면 더 일할 수 있도록 정책이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요즘 어디를 가나 이 제도가 대체 누굴 위한 건지 알 수 없다는 하소연이 들린다. 드러난 부작용과 비현실적인 요소를 파악해 탄력적 보완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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