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떠난 자리
자리 떠난 자리
  • 제주신보
  • 승인 2019.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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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 BHA 국제학교 이사·시인·수필가)

이 짭조름하고 달콤한 냄새는 뭐지요?”

, 자리 사다가 지금 조리고 있는 중이예요. 몇 시간 졸여야 하니까, 내일 아침에나 맛 볼 수 있을 거예요.”

버스 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리는데 싱싱한 자리 사세요하고 외치며 지나가는 트럭을 보았었다. 엊그제 타작한 보릿단을 보면서도 이제 자리 철이 왔구나 혼자 생각했었다. 제피를 부벼 얹은 자리물회의 담백하고 알싸하고 상큼한 맛이 혀 언저리를 감돌고 있는 듯 했다.

밥상에 자리가 올랐다. 그런데 아직도 뼈가 조금 센 상태다. 자리 조림은 충분히 졸이면 잘 씹지 않아도 생선살처럼 부드럽게 부셔지며 술술 넘어간다. 집 사람도 세 시간이나 졸였는데 아직도 뼈가 세내요푸념한다.

자리돔은 제주의 정체성을 담은 생선이고 또 자리물회는 제주의 대표성이 집약된 음식이다. 제주에서는 예로부터 자리물회는 여름철 으뜸 음식으로 쳤고, 자리돔으로 담근 자리젓은 제주인의 밥상에서 가장 흔한 밥반찬이었다. 타향에 나가 있는 제주사람들도 초여름이 되면 자리돔 음식이 생각나서 향수에 젖는다.

제주 옛말에 제주 노인은 허리 굽은 사람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제주 사람들은 자리돔으로 칼슘을 많이 섭취하여 뼈대가 강해져서, 나이 들어서도 허리 굽지 않고 꼿꼿하게 생활한다는 말이다.

제주도에서는 동물, 특히 생선 이름이 지역마다 다양한 방언으로 불린다. 예를 들어, 제주시 지역에서 불리는 옥돔을, 서귀포 동역에서는 솔라니, 인근 타 지역에서는 솔래기 등으로 부른다. 그러나 자리만은 모든 지역에서 자리라는 하나의 명칭으로 통일되어 있다. 자리는 제주도에서는 누구에게나 어느 곳에서나 가장 보편적인 식재료여서 하나의 명칭밖에 없다고 한다.

그리고 자리돔이라는 명칭은 어떻게 생겼 났을까? 자리는 아열대성 물고기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 자리에서 일생을 보낸다. 그래서 자기 자리를 충직하게 지키는 물고기라는 의미로 자리라 이름 붙였다 한다.

요즘 어부들은 자리가 잘 잡히지 않아 근심이 너무도 크다. 자리돔들은 계속 북상 중이다. 부산, 남해안, 울릉도까지 서식지가 확장되었다. 물론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제주연안에 서식하는 어류 중 열대성어류는 51%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세계 속에서 우리나라, 특히 제주의 온난화는 유독 심각하다. 한반도 온도는 지난 100년간 1.5도 상승했는데, 이는 지구 평균의 2배다. 제주지역 해수면은 지난 40년간 20상승했다. 이는 지구 평균의 3배 높은 수치다. 또 크리스마스 트리의 원류이며, 제주의 자존심인 구상나무 분포지가 34% 감소했다. 고사율은 한라산 북동부 1300~1400m 고도에서 87.7%, 백록담 북동쪽 왕관릉 일대에선 78%로 나타났다.

제주의 정체성인 자리는 꾸준히 제 자리를 지키고, 제주의 수호자인 구상나무는 나날이 푸르게 번창시킬 방법은 없는 것일까? 나날이 더워지는 한 여름 같은 봄을 보면서, 참담 심각하게 슬픈 걱정이 그치지 않음은 왠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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