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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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신보
  • 승인 2019.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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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살아가면서 뜻하지 않은 상황에 직면하거나 이루고자 하는 바람에 의지할 곳을 찾다가 무당집을 찾거나 영험하다는 범인들에게 대가를 치르고 받아오는 것이 부적이다. 그러나 극히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필요에 의해서라면 간단한 시험으로 진위를 가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이미 받았거나 간직하고 있다면 품속에 간직한 상태에서 벽돌 한 장 무게의 물체를 들어 올리고 내려보면 확연한 차이가 난다. 만약에 진짜라면 상당히 가볍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힘을 배로 상승시켜주기 때문이다.

먼 친척 되시는 분이 기업의 임원으로 근무하다가 본의 아니게 사표를 내고 떳떳한 가장이 되겠다는 허황된 이기심으로 좋다 하는 유혹에 빠져 비싼 값에 식당을 인수했으나 기대는 엇박자요 주방장의 갑질로 종업원들은 하루 멀다 하고 바뀌니 부족한 경험은 조급함으로 번져 괜한 불만에 갈등만 싸인단다. 하소연은 애틋함을 불러내 이야기로 이어졌고 해결해주겠다 약속을 하고 말았다.

사서하는 고생이다 지체 없이 배고픈 영혼이 있으면 나오라 하니 한참이나 반응이 없었다. 하긴 요즘 세상에 굶어서 죽은 이들이 별로 없으니 끈기가 필요한 작업이었다.

얼마 지난 후에 할머니가 오셨는데 조금은 다른 사연이다. 전쟁 때 돌아가셨는데 자신은 평생 결혼도 안 하고 혼자였는데 피난 중에 길을 읽고 헤매다가 높은 곳에서 떨어져 생을 마감했단다. 지금도 그 현장에는 흔적이 남았지만 누구도 알지 못한다는 구구절절 가슴 아픈 사연이다. 원래로 돌아가야 하나 아쉬움과 원망에 못난 미련이 남아 기다렸단다.

서로 돕자는 합의로 조건을 제시했다. 늘 외로웠으니 사람이 많은 곳에서 배불리 먹고 후손이 없었으니 듬직한 아들 역할을 해준다면 기꺼이 수고를 해주겠단다. 지금부터 효험을 발휘해준다면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는 편안한 이별을 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다음날 일찍 문을 열어 달라 하고 한쪽에 누구나 볼 수 있게 노란 글씨를 다짐처럼 그려 안식처를 만들어 줬다.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후 안정을 찾아가면서 이제 고향으로 내려가서 늙은 어머니를 모신다기에 그러라 했다. 상당한 시세 차이에 권리금을 받고 남의 손에 넘기는 마무리를 해냈다. 그렇게 정리를 하고 마음의 빚을 갚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