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봄, 너의 찬람함…사랑이 다가설 때
너의 봄, 너의 찬람함…사랑이 다가설 때
  • 제주신보
  • 승인 2019.05.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④제주시 건입동 동자복(下)
제주성 동·서쪽을 지키는 동자복·서자복…맺어질 수 없는 사랑
끊어진 다리에서 천년이 지나도 한눈에 알아보는 슬픈 이야기
바람난장 문화패가 제주시 건입동 동자복을 찾았다. 제주성 동쪽을 수호하는 석상 동자복과 제주성 서쪽을 지키는 서자복의 맺어질 수 없는 아픈 사연이 비 내리는 날 가슴을 촉촉히 적셨다.
바람난장 문화패가 제주시 건입동 동자복을 찾았다. 제주성 동쪽을 수호하는 석상 동자복과 제주성 서쪽을 지키는 서자복의 맺어질 수 없는 아픈 사연이 비 내리는 날 가슴을 촉촉히 적셨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 사랑을 했다. 기쁠 때나 슬픔 때나 함께 하기로 약속도 했다. 어느 날 갑작스레 찾아온 이별. 산지천 물길을 가운데 두고 영영 떨어져 살아야 했지만, 비극은 두 사랑을 끊지 못했다. 묵묵히 멀리서 지켜보며 서로의 안녕을 빌어주기로 했다. 그렇게 천년을 살았다. 이별은 분명 힘겹고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더 큰 사랑을 위한 눈물겨운 헌신일지도 모른다. 시대를 뛰어넘는 이 사랑의 주인공은 동자복서자복이다.

 

김미숙 제주시 건입동장이 바람난장 문화패가 동자복을 찾는다는 소식에 함께 자리했다. 그는 “건입동 2층 회의실에서는 동자복이 바로 보이는데 여기에 얽힌 전설을 알게 돼 더욱 관심있게 지켜보는 계기가됐다”고 말했다.
김미숙 제주시 건입동장이 바람난장 문화패가 동자복을 찾는다는 소식에 함께 자리했다. 그는 “건입동 2층 회의실에서는 동자복이 바로 보이는데 여기에 얽힌 전설을 알게 돼 더욱 관심있게 지켜보는 계기가됐다”고 말했다.

제주성 동쪽(현 건입동)을 수호하는 석상 동자복과 제주성 서쪽(현 용담동)을 지키는 서자복’. 맺어질 수 없는 아픈 인연의 영혼이 있다면, 이 모습이 아닐까. 지금도 이 지상 위에는 수많은 동자복과 서자복이 매일 매일 사랑하고 이별하고 있다. ‘심장 하나 떼어주고’ ‘살점을 발라내는그리움의 고통을 견디며, ‘천 년이 지나도 한 눈에 알아볼 너를 위해 살아내고 있다. 그런 사랑의 통증은 얼마나 뜨겁고 찬란할까. 연극인 정민자님의 시 낭송에 사랑의 멀미가 밀려온다.

 

정민자 연극인이 김효선 시인의 시 ‘서로의 미륵을 부르다'를 낭했다. 시에서 '천년이 지나도 한 눈에 너를 알아보겠다’고 쓴 애절한 구절이 동자복과 서자복의 마음을 대변한다.
정민자 연극인이 김효선 시인의 시 ‘서로의 미륵을 부르다'를 낭했다. 시에서 '천년이 지나도 한 눈에 너를 알아보겠다’고 쓴 애절한 구절이 동자복과 서자복의 마음을 대변한다.
표정에서 길은 지워진다
바람이 탯줄을 자른 곳
바다로 미끄러지는 태양은
배고픈 다리를 지나
심장 하나 떼어주고 돌아선 길
 
서자복이 아, 쓸쓸해 하면
동자복은 넉넉한 이마로 성큼성큼
난바다 서쪽을 건넌다
 
살점을 다 발라내어 화석으로 남은
기다림,
 
수평선만 남은 팽팽한 줄다리기에서
별이 될 수 없었던 마지막 결심
너는 동쪽으로 나는 서쪽으로 가던 날
끊어진 다리 서로의 눈빛으로 굳어버린
 
천년이 지나도 한 눈에 너를 알아보겠다
 
-김효선, ‘서로의 미륵을 부르다전문
 
오현석씨가 리코더로 ‘반달’과 ‘라데치키 마치’를 연주했다. ‘반달’ 연주에서는 기다림의 마음을, ‘라데치키 마치’ 연주에서는 설레고 들뜬 마음이 담겨있다.
오현석씨가 리코더로 ‘반달’과 ‘라데치키 마치’를 연주했다. ‘반달’ 연주에서는 기다림의 마음을, ‘라데치키 마치’ 연주에서는 설레고 들뜬 마음이 담겨있다.

언젠가 본 듯하고, 언젠가 두 손을 맞잡은 것 같다면, 인연일지 모른다. 말보다 눈빛과 심장이 먼저 알아차리게 된다는 인연. 일 년에 딱 한 번 오작교를 건너야 만날 수 있는 견우와 직녀처럼, 한 번의 만남으로 평생을 기다릴 수 있어야 하는 인연. ‘동자복서자복’- 그들의 그리움은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돛대도 아니달고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라는 반달의 노랫말처럼 깊었고, 그들의 해후는 라데치키 마치(요한 스트라우스/ 행진곡)’처럼 설레고 들뜬 걸음이었을 것이다. 두 곡을 리코더로 해석한 오현석님의 연주는 모두를 미소 짓게 했다.

 

성악가 김영곤이 천년동안 가슴에 묻어온 동자복과 서자복의 기다림과 사랑과 아픔을 담아 노래를 불렀다. 바람난장은 잠시 숙연해 지기도 했다.
성악가 김영곤이 천년동안 가슴에 묻어온 동자복과 서자복의 기다림과 사랑과 아픔을 담아 노래를 불렀다. 바람난장은 잠시 숙연해 지기도 했다.

얼마나 달렸을까. 그리움에 취해 쉬지 않고 달려온 길. 지켜보던 산지천 물길도 눈물을 쏟아내듯 그렁그렁하다. 천년동안 가슴에 묻어온 얼굴. 이토록 애잔한 마중이 또 있을까. ‘사랑이 너무 멀어 볼 수 없다면 내가 갈게내가 먼저 달려가 꽃으로 서 있을게(마중/ 윤학준 시)’.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말라붙은 은하수 눈물로 녹이고 슬픔은 끝나야 한다 연인아(직녀에게/ 문병란 시)’. 성악가 김영곤님과 황경수님의 노래에 바람난장은 잠시 숙연해지기도 했다. 이제 긴 이별에 마침표를 찍어주고 싶다. 사회자 김정희님의 아이디어로 마련된 마지막 무대. 예술가들이 각자 동자복과 서자복이 되어 긴 세월 돌고 돌아 마침내 만나게 되는 퍼포먼스였다. 바람난장은 한 마음으로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사회자 김정희님의 아이디어로 마련된 마지막 무대. 예술가들이 각자 동자복과 서자복이 되어 긴 세월 돌고 돌아 마침내 만나게 되는 퍼포먼스였다. 바람난장은 한 마음으로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사회자 김정희님의 아이디어로 마련된 마지막 무대. 예술가들이 각자 동자복과 서자복이 되어 긴 세월 돌고 돌아 마침내 만나게 되는 퍼포먼스였다. 바람난장은 한 마음으로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누구에게나 생애 가장 아름다운 한 시절이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 그 한때의 힘으로 평생을 살아가기도 한다. 그리고 그 중 가장 뜨거운 시절은 바로, 사랑할 때이다

사회=김정희
해설=강문규
=오승철 김효선
시낭송=강상훈 정민자
성악=황경수 김영곤 오능희
반주=김정숙
리코더=오현석
음향=최현철
영상=김성수
사진=채명섭
음악감독=이상철
=김은정
장소 협조=제주시 건입동행정복지센터 (김미숙 건입동장님, 유창호 주민자치위원장님)

다음 바람난장은 제주시 우도면에서 펼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