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레이트와 삽겹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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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인철, 서귀포시 생활환경과

슬레이트에 삼겹살을 구워먹던 시절이 있었다. 삽겹살을 몽글 몽글하게 익히면서도 자연스레 기름을 흘려보내는 멋진 굴곡으로 그 시절 슬레이트는 최고의 야외용 석쇠였다.

뿐만 아니라 단열 효과가 뛰어난 슬레이트는 1970년대에 지붕의 건축자재로서는 최고였다. 정부에서는 보조금을 지급하며 초가지붕을 슬레이트로 개량하는 것을 적극 권장했다.

그래서인지 어린 시절, 비 오는 날 슬레이트 지붕에서 줄을 맞추어 떨어지는 빗줄기의 숫자를 세어보던 기억이 있고, 한겨울 지붕에 내려오는 고드름을 꺾어 칼인양 휘두르며 놀았던 기억도 있다. 그만큼 슬레이트는 일상에서 흔한 친근한 것이었다.

하지만 슬레이트는 해로운 물질이 된 지 오래다. 슬레이트가 자체가 해로운 것은 아니지만 거의 모든 슬레이트에는 석면이 함유돼 있다.

인터넷으로 슬레이트를 찾아보면 바로 석면으로 연결되고, 석면은 ‘1급 발암물질’, ‘죽음의 먼지’, ‘소리 없는 살인자’ 등 섬뜩한 단어로 표현된다. 위험성이 과장됐다는 반론이 있지만 석면을 포함한 슬레이트 가루가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지금도 도심을 벗어나면 오래된 슬레이트 지붕의 집들이 많이 남아 있다. 그 집 주민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의 건강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당장 지붕을 바꾸고 싶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행정은 슬레이트 철거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읍면동에 신청을 받고 있으며 무허가 주택도 가능하다.

아직도 슬레이트 철거를 주저하고 있다면 석면에 대한 섬뜩한 표현을 다시 읽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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