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운전자들을 위한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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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욱, 편집국 부국장

부처님 오신 날인 지난 12일 경남 양산시 통도사를 찾은 방문객 13명이 한꺼번에 변을 당했다.

75세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갑자기 도로변에서 쉬고 있던 방문객을 덮치면서 1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 사고를 계기로 고령 운전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제주에서도 지난 2월 제주시 애월읍에서 74세의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마주오던 오토바이와 충돌해 오토바이 운전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에도 서귀포시 성산읍에서 67세 운전자의 차량이 도로 가장가리에서 걸어가던 보행차를 치어 보행자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웃 나라인 일본에서도 최근 고령 운전에 대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지난 4월 19일 도쿄 번화가에서 87세의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시속 100㎞ 가까운 속도로 질주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람들을 덮쳤다. 이 사고로 31살의 엄마와 3살 된 딸 등 2명이 목숨을 잃었고, 1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를 낸 운전자가 경찰에 출석했는데, 주위의 부축 없이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모습이 TV를 통해 보여졌는데, 이를 본 시민들은 “어떻게 저런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을 수 있느냐”며 경악했다.

아내와 딸의 장례식을 치른 남편은 기자회견에서 울먹이며 “가족 중에 운전이 불안한 고령자가 있다면 다른 가족들을 생각해 주길 바란다”며 고령자 운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호소했다.

우리나라나 일본은 물론 전 세계가 고령 운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2017년 3월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에 대해 ‘인지기능 검사’를 의무화했다. 운전자의 기억력과 판단력을 판정하는 필기시험이다.

이에 앞서 일본은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1998년부터 면허 반납제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75세 이상이 되면 2년마다 도로 주행 시험을 보도록 하고 있으며, 뉴질랜드는 80세 이후부터는 2년마다 운전면허를 갱신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부터 75세 이상 운전자는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운전면허의 갱신 및 적성검사 주기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했다. 또한 지난해 부산시를 시작으로 서울시 등 각 지자체에서도 고령 운전자의 운전면허 반납을 독려하고 있다.

제주에서도 고령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가 2016년 467건, 2017년 529건, 2018년 517건이 발생해 33명이 숨지고, 2224명이 부상을 입는 등 고령 운전사고가 빈발하자 65세 이상 운전자가 면허증을 반납하면 교통비 등을 지원하는 조례가 도입됐다.

하지만 고령 운전 사고를 줄이기 위해 면허증 반납 유도만 능사는 아니다. 운전이 생계와 직결된 고령 운전자의 경우 나이가 들었다고 면허증을 선뜻 반납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농촌의 경우 고령화 시대에 농사용 트럭은 영농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기에 고령 영농인들은 운전대를 놓을 수 없다. 이들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배려가 절실한 실정이다.

교통안전 분야 전담 의료진을 지정하고, 운전과 관련된 고령자 복지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

고령 운전자가 언제든지 자신의 운전 능력과 관련한 의학적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령 운전자가 자신의 운전능력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회적 시스템이 마련됐을 때 자연스럽게 운전면허 반납으로 고령 운전 사고를 줄일 수 있다.

면허 반납 운전자 역시 패배감이 아닌 자랑스러움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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