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회초리
부모의 회초리
  • 제주일보
  • 승인 2019.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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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한 선비가 각고의 노력 끝에 장원급제 후 금의환향하는 길이었다. 고향 입구에 다다르자 그는 갑자기 말에서 내리더니 숲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싸리나무를 보며 “이 나무 회초리가 아니었으면 어찌 오늘의 내가 있었겠는가”라며 큰절을 올렸다 한다.

회초리는 예부터 서당과 가정에서 아이의 잘잘못을 일깨워주기 위해 들었던 매를 뜻한다. 나아가 돌아올 회(回)·처음 초(初)·이치 리(理)의 뜻을 담아 인간 본연의 모습, 처음으로 돌아가자는 교육적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자식을 서당에 보낸 부모들은 여건이 될 때마다 떡·과자와 함께 한 다발의 회초리를 만들어 훈장에게 전달했다. 감사의 표시뿐만 아니라 자식의 종아리를 때려서라도 부디 제대로 된 인간을 만들어 달라는 의미다.

▲정부가 근래 훈육 목적이더라도 부모의 체벌을 금지하는 민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친권자는 보호 또는 교양을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는 민법 915조가 부모 체벌 허용으로 해석되니 이를 고치겠다는 것이다.

작년 한 해 국내에서 아동 학대가 2만4400건이 발생해 30명이 숨진 실상 등이 많이 작용했다고 한다. 학대 당한 아이가 하루 평균 67명이다. 학대 가해자 넷 중 셋이 부모라고 하니 충격적이다. 지금도 아이를 엄하게 키우는 것과 아이에게 고통을 주는 걸 혼동하는 부모가 많다는 뜻이다.

해외에선 1979년 스웨덴을 시작으로 54개 나라가 아동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유엔은 가정에서 체벌을 명백히 금지하도록 법률과 규정을 개정하라고 한국에 권고한 상황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부모가 자식을 엄하게 길러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편이다. 복지부가 2017년 실시한 ‘아동 학대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에서도 응답자 77%가 체벌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더구나 체벌과 학대의 명확한 경계가 없는 상황이라 “아이가 잘못했을 때 꿀밤이나 회초리 한 대도 체벌이고 학대냐”는 혼란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체벌의 교육적 기능에 대한 국가의 과잉 개입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법상 체벌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선언적인 의미”로 설명한다. 사회통념이 허용하는 범위의 체벌까지 일일이 처벌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거다. 아이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세상이다. 사랑의 매가 좋으냐 그르냐는 논쟁은 쉽게 끝날 것 같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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