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 드러난 ‘해군기지’ 공권력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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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고 충격적이다. 제주해군기지 유치와 건설 과정에서 행해진 공권력의 남용을 보면 국민을 위한다는 국가기관이 맞나 싶다.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지난 29일 발표한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사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군과 경찰, 국가정보원, 제주도 등이 한통속이 돼 민심을 왜곡하고 갈등을 부채질했다.

2007년 4월 강정마을 임시총회에서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했지만, 마을 향약에 따른 소집공고는 없었다. 또한 이때 총회에는 주민 1900여 명 가운데 4.5%에 불과한 87명이 참여했다. 누가 봐도 절차적 정당성 등을 확보했다고 할 수 없다. 논란은 당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해군은 찬성 주민들에게 식사 등 향응을 제공하고, 관광버스에 태워 여행을 시켰다. 참으로 한심한 편 가르기다. 지금도 아물지 않은 주민 간 갈등은 여기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이후 과정에서의 공권력의 개입은 더욱 유치하기 짝이 없다. ‘투표함 탈취 사건’에 해군이 주도적으로 개입했다는 사실은 공권력의 흑역사에 기록될 불명예다. 당시 해군기지사업단장과 찬성 측 주민들로 구성된 해군기지사업추진위원회는 해군기지 찬·반 주민 투표를 무산시키려고 사전 모의했다. 투표 당일에는 이들의 지시를 받은 해녀들이 투표함을 탈취했다. 해군은 자성하고 사과해야 한다.

경찰의 행위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경찰은 임시총회 당시 경력 340여 명을 배치하고도 투표함 탈취 등에 대해 전혀 대응하지 않았다. 주민 신고에도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다. 눈앞의 불법행위를 보고도 눈감은 꼴이다. 해군기지 반대 주민들에 대해선 강제연행 등 과잉진압과 인권침해를 서슴지 않았다. 부끄러워해야 한다.

진상조사위는 정부와 국가기관이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보여준 부당 행위에 대해선 사과와 진상 규명을, 과잉 진압과 인권 침해한 경찰에 대해선 재발 방지와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적절한 지적이다.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국가 차원의 진상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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