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
‘우리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
  • 제주신보
  • 승인 2019.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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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창. 신학박사/서초교회 목사

우리 할아버지께서는 일제 강점기에 가산을 정리하고 일본으로 가셔서 철공소 사업을 하셨기 때문에, 아버지의 가족은 한동안 일본의 오사카에서 사셨다. 오사카에서는 일본 아이들이 아버지 형제들을 조센징이라고 놀리며 괴롭혔는데,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는 동네 아이들이 일본놈이라고 놀리며 괴롭히더라고 했다.

마음이 강한 형제는 견디어냈는데 마음이 약한 작은아버지는 견디기가 어려워 하셨다. 어린 나이에 견디기가 어려울 때마다 할아버지가 마시던 술을 조금씩 훔쳐 마시다가 나중에 술을 끊기가 무척 어려웠다고 하셨다. 일본에서는 조센징 한국에서는 일본놈, 우리 부모님 세대는 그렇게 사셨다.

지금도 그 비슷할 때가 있다. 언제는 좌파라 해서 어려움을 당하고 또 언제는 우파라 해서 또 친일파라 해서 어려움을 당하고, 우리는 아직도 일제 강점기 그 아이들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일제시대와 관련된 책들을 읽다보면 좀 이상하게 생각되는 내용이 나온다. 우리의 독립투사들이 독립운동자금을 모으기 위하여 일본의 도쿄를 찾아갔다는 이야기이다. 일본의 도쿄에 조선의 독립을 도우려는 일본인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에도 북한을 도우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일본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적은 수일지라도 우리가 고맙게 생각할 만한 일본인들이 있었던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 집 근처에 음식점이 수십 개가 있는데, 10년 이상 된 음식점은 몇 개 되지 않는다. 많은 음식점들은 문을 열었다가 몇 년 안에 문을 닫은 것이고, 그렇게 문닫은 사람들은 심각한 어려움을 당했으리라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변화무쌍한 나라요 빨리빨리 변하는 대단한 나라인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 급한 변화에 휩쓸려 살아온 우리는 고달프고 곤고하다. 그 고달픈 역사를 살아오던 나이든 기성세대는 요즘 사회적으로 퇴출 위기에 놓인 듯하다. 물질주의 시대에 물질적으로 별 쓸모가 없어서 주변적 위치로 밀려나고 있는 셈이다.

자녀들이 여유있게 잘 살면서 어버이를 외면하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이 시대의 전반적인 흐름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누구를 원망하기도 어렵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사람이 우파라서 아니면 좌파라서 그렇다 해도 그 사람들 역시 우리가 지나온 과거사로부터 흘러나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잘 생각해보면 누구를 탓하기도 어렵다.

한 보름 전에 강남역에 있는 세무서를 찾아갔다. 올해부터는 목사도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필요한 준비를 하고서 세무서를 찾아갔다. 아침 아홉시가 조금 넘어서 세무서를 찾아갔는데 세무서 강당에 세무처리를 하는 테이블이 40개 정도 준비되어 있었다. 순서를 기다릴 필요없이 서류를 내밀었고, 모든 일을 끝내고 나오려는데 시계가 아홉시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세무서를 나오면서 저는 담당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의 세무처리가 대단합니다.”

잘 깨닫지 못한 사이에 많은 분야에서 우리가 세계를 앞서가게 된 것이 분명하다. 정치와 권력의 분야에서 변화의 의지가 나타나기 시작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