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밭을 보고 있노라면
차밭을 보고 있노라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김익수 시인·수필가·아동문학가

차 잎을 따고 덖어 만들어 낸 햇차가 고개를 들었다.

푸른빛이 그대로 나도록 말린 부드러운 잎이 우러난 물인 . 그 차란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마시는 음료수와는 사뭇 다르게 느낄 수 있으리라.

의 계절이다. 녹색의 싱그러움과 함께 광활하게 펼쳐진 고랑과 고랑 사이에서 바지런히 잎을 따는 여인들의 손놀림이 신선한 아침을 열어간다.

융단을 깔아놓은 연초록은 제주의 차밭이 그렇고, 보성이 그렇고 구례가 그렇게 오가는 손님을 마음 편안케 맞이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차가 들어온 것은 1100여 년 전인 삼국시대 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 흥덕왕 때 사신으로 갔던 대렴이 당나라 황제로부터 차의 종자를 받아 지리산 자락에 전파했고, 이후 선덕여왕 때부터 차문화 풍습이 생겨났다고 전한다.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언제부터인가 녹차에 가깝게 다가간 후로부터는 맹물과 같은 담백한 맛은 사라지고 혀끝에서 우러나는 은근하고 향기로운 미각을 느끼게 됐다.

차의 향기는 난초 잎 위의 이슬과 댓잎 바람 끝의 차가움처럼 상쾌한 마음을 가져다주고, 싱싱한 생동감마저 느끼게 한다.

다인들의 깊은 사념을 탐내기라도 하듯 茶禪 一味의 초의 선사가 문득 뇌를 스치고 지나간다.

조선 후기의 학승이자 선승인 초의 선사와 대학자 추사 김정희는 차를 매우 사랑했던 인물이었다.

그들에게는 차는 단지 기호식품이 아닌 교류의 도구로서 선과학문을 수행하는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일상 중 하나였다.

초의 선사는 차를 이렇게 예찬하고 있다. 차의 성품이 삿됨이 없어서 어떠한 욕심에도 사로잡히지 않는 것이라 보았고, 때 묻지 않는 본래의 원천과도 같은 것이라 해서 無着 바라밀이라고 했다. 또한 다신전에 나타난 그의 차 끓이는 법을 보면, 그의 다세계가 어떠했는가를 알 수 있으며, 그 정성은 그야말로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다선삼매의 경지에 도달한 추사 김정희는 후일 이 문화의 영향으로 초의선사와 절친한 관계를 맺어 무척 각별했다고 전한다.

추사 김정희는 제주 유배길에 대흥사에 들러 초의선사와 하룻밤을 함께 지내며 차를 마시기고 했다. 추사가 10년 먼저 세상을 뜨자 초의선사는 제문을 지어 말하기를 저 세상에 가서 다시 만나 새로이 인연을 맺자고 까지 했다고 한다.

삶을 허물없이 진솔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우정이 깊은 친구가 있다면,

현실의 삶은 그렇게 고달프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갖는 여유, 향기로운 다도 예절과 함께 맑은 영혼을 일깨워주는 소중한 시간맘에 둬보는 것은 어떨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