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자가 인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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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철, 제주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논설위원

온갖 인생의 쓰디쓴 경험을 다 겪고 성공한 사람은, 이제 갓 피어난 청년이 자신이 겪었던 고초 앞에 서서 고초를 뚫고 나오려고 발부둥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러워하며 “어서 올라오라”고 손을 내밀어 도와준다.

그러다 결국 뚫고 나오면 대견하여 빙그레 웃으며 “잘했다”고 박수를 친다. 그리고는 “또 다른 도전을 향해 힘차게 달리라”고 격려도 해 준다.

반면 代價(대가)없이 그저 얻었거나 온갖 비굴한 방법으로 얻은 자는, 여유는 없고 시기하는 마음만 가득하여 남이 잘되는 꼴을 못 본다. 오죽 했으면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말이 있겠는가?

仁(인)이란 忠(충)과 恕(서)일 뿐이라고 했던가? 충이란 글자 모양으로 보아, 자기 마음(心)에 중심(中)이 선 것이다. 한 번 옳다고 생각하면, 쥐구멍에서 머리를 내미는 쥐새끼마냥, 이리저리 時勢(시세)를 살펴 마음을 바꾸지 않는 것이며, 서란 나의 마음(心)과 똑같은(如)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이란 내가 먼저 마음을 바로 세우고, 남을 나와 똑같은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남을 돕고자 하나 힘이 없으면 도와줄 수 없다. 힘은 남을 위해 쓸 때는 아름답지만, 자기와 제 자식, 제 패거리만을 위해 쓰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자신에게 여력이 있어 남을 돕는 사람을 선한 사람이라고 하니, 선한 사람이 되기란 어렵지 않을 것 같으나, 그런 사람을 찾기란 하늘의 별을 따기보다 어렵다.

내가 아는 지식을 나만 가지고 있다거나, 가진 권력을 멋대로 휘두른다고 내 배가 부른 것은 아니다.

하찮지만 조그마한 지식이라도 있어서 남에게 나누어주고, 지위를 이용하여 남에게 봉사하면 떠난 뒤에도 두고두고 좋은 이름이 남을 것이며, 뭇 사람들이 추억하면서 추앙하겠지만, 그깟 것도 재주라고 건방을 떨거나 지위를 이용하여 갑질하면, 그가 떠난 뒤에 사람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으며, 결국 그 비난은 자식에게까지 미치게 될 것이다.

비굴하게 얻은 지위를 이용하여 남을 짓누르고 남의 것을 빼앗는 자들에게서 그들 자식의 미래가 보이니, 혹시 내 자식이 그들의 자식과 얽힐까 두렵다.

당당하게 노력하여 얻은 이는 너그럽다.

자신은 가졌으나 남이 쉽게 가질 수 없는 지식을 가진 이는, 자신이 죽은 뒤에 잊힐지도 모르는 지식을 길이길이 남겨두고 싶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지식을 전파할 것이고, 남이 갖기 어려운 글 쓰는 재주나 그림 그리는 재주를 가진 이는, 자신의 작품을 길이길이 남겨두고 싶어 이곳저곳에 흘리고 다닐 것이니, 그것이 남이 보기에 너그러움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겉으로 보기에는 가진 것 같으나, 남의 종기라도 빨아줄 양으로 비굴하게 굴어 얻었거나, 그날 그 자리에 있어서 우연히 얻은 자들은 그렇게 얻은 하찮은 지위조차도 권력이라고,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려들며, 터무니없이 부풀리거나 다른 사람은 가질 수 없도록 갖가지 방법으로 방해한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나? 이전에는 큰일을 하는 높은 분들은 대단한 능력을 가졌을 뿐 아니라 매우 높은 도덕적 기준을 겸비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그보다 간사하고 선동적인 사람들은 없는 것 같다.

선무당님들아! 지위가 높다고 까불지 말라! 다 보인다. 몸을 깨끗하게 지키고 싶어 알아도 모르는 척 말하지 않을 뿐, 당신이 옳아서이겠는가? 훗날 그대의 자식이 알면 아비가 부끄럽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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