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서 밀린 국산 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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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세계적으로 유명한 생수 브랜드인 에비앙이 탄생한 것은 1878년이다. 프랑스 에비앙 지역의 빙하수가 몸에 좋은 미네랄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세계 최초로 물을 상품화했다.

그때 조선은 고종 15년으로 신미양요 후 전국 곳곳에 척화비(斥和碑)를 세워 나라의 문을 걸어 잠그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서울에서 수돗물이 공급되기 시작한 것도 고종 때 일이다. 당시엔 국내에도 물장사는 있었다. 함경도인들 중심으로 맛있는 우물물을 물독에 담아 지게에 지고 부잣집 등에 배달하였다. 이들 중에는 북청(北靑)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북청 물장수’라는 말까지 생겼다. 이들이 물장사로 그럭저럭 생계를 꾸릴 수 있었던 것은 수돗물보다 입에 익숙한 물맛 나는 우물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아서다.

▲우리나라 최초의 생수는 1976년 미군 부대에 납품한 다이아몬드 샘물이다. 이것이 1988년 시중에서 공식 판매됐다.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방문한 외국인들이 국내 수돗물을 꺼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일시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하지만 올림픽이 끝난 후 생수·제조 판매를 금지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민들의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우려해 생수 산업에 대한 진입문 꼭꼭 잠갔다.

그러자 이에 반발한 생수 업자들이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했고, 1994년 ‘먹는 물 시판 금지’ 에 대한 위헌 결정을 얻어냈다. 1995년 ‘먹는물 관리법’이 제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생수 시장의 문이 열렸다. 에비앙이 국내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제주삼다수가 탄생한 것은 1998년이다. 그 후 시장점유율 등에서 1위를 고수하며 우리나라 대표 생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기에 아이시스, 백산수, 평창수 등이 가세하면서 2018년 기준 국내 시장 규모는 1조2000억원대다. 2023년에는 2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세계 최대 생수 시장은 단연 중국이다. 내년이면 소매 시장이 17조원에 이른다는 보고서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최대 생수 업체인 농푸가 내달 광주광역시에서 열리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국제수영연맹과 후원 계약을 맺어 ‘공식 마실물’로 선정됐다. 전 세계 200여 개국에서 선수와 임원 1만5000여 명이 참가하는 대회인 만큼 농푸로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호기를 잡은 것이다.

여차 하다간 안방에서 잔칫상 차려놓고 남 좋은 일만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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