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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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허자, 광주대각사 주지·제주퇴허자명상원장

선물은 언제 누구한테 받아도 기분이 좋은 것이다. 특히 아무런 조건도 없이 정성을 담아 건네주는 선물이야말로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의 성격을 띠고 있어서 부담이 없으니 더 없이 고맙고 좋다. 옛날에는 임금이 신하에게 직접 선물을 주기도 했는데 이를 하사품(下賜品)이라 하여 가문의 영광으로 여기고 집안 대대로 오래 전승시켜 내려오는 풍습도 있었다. 나는 이번 초파일 부처님오신날에 참으로 귀한 선물을 받았다. 전혀 뜻밖에 모처에서 내게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하는 의미에서 ‘식기 2세트’를 선물로 보내온 것이다. 마치 이 식기(食器)에 공양을 담아 잡수고 오래오래 장수하라는 의미로 느껴져 정말 대단히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처음에는 초파일 봉축 연등대법회 행사 진행 때문에 바빠서 그 선물꾸러미를 풀어볼 여가조차 없어 그냥 받아두고 있다가 제주로 내려오는 길에 택배로 부쳤었다. 제주에 내려와서 며칠 후 도착한 택배를 풀어보니 깜짝 놀랄 정도로 아주 귀한 선물이 그 안에 들어 있지 아니한가.

하얀 사기그릇에 파란 문양으로 도색된 우아한 식기가 두 세트가 들어 있었다. 나는 식기를 손에 들고 북쪽을 향해 감사한 마음으로 합장배례하며 ‘나무관세음보살!’을 염하였다. 당장 점심공양부터 이 식기에 밥과 국을 담아 공양하리라는 생각으로 우선 물로 깨끗이 그릇을 닦았다. 그런데 문득 생각나는 분들이 있었다. 전주에 아직 생존해 계시는 두 어르신, 다름 아닌 나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이었다. 부모가 아니면 내가 어찌 스스로 세상에 나올 수가 있었겠는가. 두 분은 옛날 십대 조혼시절에 중매를 통해 서로 만나 나를 장남으로 낳으셨다. 부모의 은혜는 하늘같이 높고 바다같이 깊어서 갚을 길이 없다고 하지 않던가. 이런 생각이 들자 이 귀한 선물은 내가 사용할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이 일었다. ‘그렇다, 부모님께 진상해 드리자.’ 이런 생각에 미치자 가슴속에 더 없는 기쁨이 용솟음 쳤다.

아무튼 선물이 다시 선물로 둔갑하여 포장까지 완료되었다. 제법 크고 단단한 상자 안에 뽁뽁이로 감싸고 신문지를 돌돌 말아 깨지지 않도록 완전무장을 시켰다.

드디어 선물은 다시 하행선에서 상행선으로 바꿔 탔다. 제주에서 전주까지는 이틀이면 족할 것이니 내일 모레쯤 받아보실 것이다. 그 아비에 그 자식이라고 나도 역시 그 분을 닮아 좋은 일은 가슴속에 오래 품지 못하는 성품이여서 끝내 망설이던 전화를 드렸다. 이틀 후면 선물이 도착할 텐데 잘 받아쓰시라고. 무슨 선물이냐고 끝내 물으시기에 하는 수 없이 답을 드렸더니 예측한 대로 그걸 들고 다니시면서 동네방네 자랑부터 하시겠단다. 내가 태어나서 괜찮은 일을 3가지만 들라고 한다면 첫째는 입산출가요, 둘째는 제주보물섬에 내려와 인생만년을 한가로이 사는 일이요, 셋째는 밀감철마다 감귤을 올려드리고 오늘처럼 부모님께 귀한 선물을 전해 드린 일이 아닐까 싶다.

받은 선물을 다시 선물한 일이라 겨우 택배비만 들었지만 마음 한 번 잘 쓰고 보면 이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한다. 평생을 목수일과 민화를 그리시면서 살아오신 소암 화백님께 다시 한 번 존경과 사랑을 전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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