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관용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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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수, 한국사회과학연구회이사장/논설위원

최근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조사위)는 충격적 사실을 발표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당시 제주경찰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과 이들과 연대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을 모욕하고, 폭행했다는 경찰의 인권침해 행위를 했다고 밝혀낸 것이다. 더욱이 이 조사위는 해군기지 건설 추진 과정이 공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찰뿐만 아니라 정부와 제주특별자치도 환경부지사 등이 조직적으로 개입하여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특히 대통령비서실과 대한민국 해군 등이 불리한 여론을 반전, 호도, 희석하기 위해 댓글공작을 벌였단다. 더욱이 투표함 탈취 등 너무나 반민주적이며, 반주민적 행위가 이뤄졌다. 그렇다면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등은 이런 조직적 활동을 위해 국가 세금을 사용했다는 뜻이며, 공무원들을 불법·위법·편법행위에 동원했다는 범죄행위혐의를 벗어나기 어렵다.

혹자는 이런 말과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미 해군기지는 완공되었고, 군대가 주둔하고 있는데 어찌하겠느냐는 것이다. 나아가 이제는 화해와 상생을 통해 덮어두고 가자고 한다. 그렇다면 세계평화의 섬을 선언한 제주섬의 앞날은 어찌될 것인가?

이미 환경용량을 초과하는 수준의 과잉관광문제가 심각하다. 이런 내방객 증가 추세가 계속된다면 제주섬의 미래는 지속 불가능한 불쾌함이 팽배한 불편한 공간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지금도 섬 한쪽에서는 과도한 축산업 때문에 악취뿐만 아니라 생활용수와 지하수가 오염되어 있다. 그리고 현재 폐기물 소각장이나 매립장 시설규모로는 처리 불가능한 쓰레기더미 때문에 환경행정당국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판국에 독점경제주의자와 성장주의자들은 토목 관료와 담합하여 제주국제공항이 나름대로 잘 돌아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국제공항을 신축하겠다면서 제주 민심을 거스르며 온갖 작폐를 양산하고 있다. 그런 덕분인지 도청앞 천막촌은 줄어들기보다는 새로운 제주도민공화국을 꿈꾸는 새로운 주체들을 탄생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들 평화생명집단은 날로 그 위세를 키워가고 있다. 이런 능동적 인물들의 탄생은 침묵하는 대중이나 굴종하던 군중이 더 이상 아니다. 심약한 방관자나 무기력한 평론가 역시 아니다. 이들 새로운 민주공화주의자들은 배운 놈과 가진 놈의 농간이나 배반에 치를 떨거나 노여워하지 않는다. 정치적 올바름과 도덕적 정당성, 지극 여기 있음을 아끼며 사랑하는 새로운 일꾼으로 부활할 날을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7년 7개월을 끌었던 제주학살(1947. 3. 1.~1954. 9. 24.)의 후유증 탓에 제주도민들은 매사에 입 다물고 참아냈다. 그렇게 힘들었던 고난과 궁핍의 시대가 있었다. 그저 나라가 하는 일이니 고분고분하며 아픔을 견뎌내던 사람들이 예전엔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사람들은 더 이상 제주섬에 남아 있지 않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만큼 오랜 시간이 지났고, 새로운 세대들이 태어났다. 불의에 굴복하지 않고 불관용 원칙을 준수하려고 애쓴다.

촛불시민혁명에 의해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이런 점에 주목하여 새로운 민군관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당장 해군기지를 폐쇄하고, 신공항 건설 추진을 전면 백지화하라! 그리고 도민들의 요구와 주문을 귀 기울여 듣고, 지속가능한 제주섬을 위한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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