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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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지난 일요일 모처럼 극장 나들이를 했다. 요즘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기생충’을 관람하기 위해서다. 봉준호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세계 최고 권위의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황금종려상은 최고 작품에 수여되는 상으로, 영화제의 대상에 해당된다.

한국 최초의 수상이다. 그런 점에서 100년을 맞이한 우리영화의 큰 쾌거가 아닐 수 없다. 국민 모두가 기쁨과 자긍심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래서일까. 상영관에 빈 자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개봉 6일 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한 이유다. 가파른 흥행속도다.

▲기생충(寄生蟲)은 다른 동물체에 붙어서 양분을 빨아먹고 사는 벌레를 일컫는다. 남의 영양분을 빼앗으며 해를 끼치기에 ‘얌체의 대명사’로 통한다. 생김새마저 징그러워 ‘기피 생물’로 인식돼왔다. 어린 시절 기생충을 박멸하기 위해 학교에서 나눠준 구충제를 먹었던 기억이 아른거린다.

사전적으로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남에게 덧붙어서 살아가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기생+벌레’라는 모멸의 의미다. 우리는 힘써 일하지 않고 남에게 빌붙어 사는 사람을 가리켜 ‘인간 기생충’이란 표현을 쓰기도 한다. 고약한 이미지다.

▲‘기생충’은 백수가족 기택(송강호 분)네가 글로벌 IT기업 CEO인 박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기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두 가족은 부모, 아들, 딸 등 4인 가족이란 점을 빼고는 전혀 닮은 게 없다. 삶의 형편은 그야말로 극과 극으로, 도저히 만날 일 없어 보인다.

한데 기택의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박사장의 딸 다혜(정지소 분)의 영어 과외를 맡게 되면서 두 가족 사이의 기묘한 만남이 시작된다. 이후 두 가족은 매번 예측할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며, 결국 살인과 폭력이란 비극적 파극으로 이어진다.

▲‘기생충’은 반지하에서 살아가는 기택의 가족과 언덕 위 대저택에 살아가는 박사장의 가족을 극단적으로 비교한다. 그 과정서 양극화와 빈부격차, 실업 문제, 갑을관계 등 한국 사회의 자화상도 보여준다. 물론 블랙코미디 영화이기에 풍자와 해학이 가득하다.

허나 마음이 무겁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8명이 ‘소득 격차가 크고, 성공하려면 부유한 집안 출신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사회 갈등도 심각한 상태다. 영화처럼 공생(共生)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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