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향기는너무슬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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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명예교수·전 제주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장

요즘 자란꽃과둥굴레꽃,그리고 찔레꽃과 피라칸타스꽃을 마음에 품고 웃을 때는 행복하다.이 순간에 인생의 맛과 멋을 가장 의미있게 되씹는다.필자의 정원에 보금자리를 틀고 있는 자란꽃과둥굴레꽃의 색깔은판이하지만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이들의 상큼함과 겸손함에 새벽 이슬방울이 울 것 같다.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이들의 진한 순수함과 진실함,그리고 애틋함,그러나 은근함과 절절함에 가슴이 아려 눈길을 피할 때가 자주 있었다.이들의 잎사귀는 신비함 속에 수수함, 당당함 속에 정겨움을 품고 있다.이른 아침에 잎사귀는 사군자 중에 대나무의 기개를 풍긴다.

자란꽃의붉은빛이 강한 자주색은 빨강과 파랑의 힘을 가지고 있으며, 숭고함과 당당함을 품은 독보적인 특성을 은은하게 표현한다.이 자주색은 빨강에 가깝고 색이 엷어질수록 감각적이고매력적이며,달콤하고 미적이며 친밀한 느낌을 표현한다.

정원 바위 옆에 자리잡은 둘굴레꽃의 자태는 숭고함과 정숙함 그 자체이였다.그런데 이것은 바깥 세상을 향해 웃음을 보낼 의사는 전혀 없고,자신의 내면 세계만 가꿀 것 같다.올 해는 둘굴레꽃을 바라볼 때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다.

이 흰색은 출발,전진,이별,긴장 등을 상징하며,검정색의 반대색으로서 이것은 신,검정색은 악마를 나타내며,흰색은 긍정,검정색은 부정을 담고 있다.그래서 악의는 없지만 자신의 속마음을 숨기는 거짓말을 하얀 거짓말이라고 한다.

과학산책을 표현하는 이 순간에 돌담으로도 마음이 기울어지고 있다.돌담 안쪽에는 장미꽃,바깥쪽에는 찔레꽃이 슬프게 웃고 있다.이들은 돌담을 틀어 안고 수많은 대화를 나눈다.이들은 작년과 달리 올해는 진한 슬픔을 감싸안고 있는 것 같았다.더구나 지난 번 강한 비바람 탓인지 장미꽃은 앓고난 얼굴처럼 수척하다.

찔레는 너무 슬픈 전설을 담고 있다.찔레의 그리운 마음은하얀꽃잎,동생을 부르던 가녀린 목소리는 향기,찔레가 흘린 피눈물은 빨간 열매가 되었다.올해도 동생을 찾아 헤메던 온 산천에 고운 꽃으로 승화되었다.

하얀꽃찔레꽃/순박한꽃 찔레꽃/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너무 슬퍼요/그래서 울었지 목놓아 울었지/찔레꽃 향기는너무 슬퍼요/그래서 울었지밤새워 울었지//(……)// 찔레꽃처럼 사랑했지

장미꽃처럼 화사한 삶도 있지만 찔레꽃처럼 순박한 삶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의 풍경이다. ‘화려한 장미꽃 뒤에 초라하게 핀, 그러나 은은한 향기를 뿜는 찔레꽃을 보고 주저앉아 하염없이 울었다고 장사익은 말한다.

올해는 자란꽃과둥굴레꽃은 옅은 미소,장미꽃과 찔레꽃은 아련한 슬픔을 승화한 예술작품인 것 같았다. 지난 겨울과 봄 동안 이들을 잉태출산성숙시키는 과정은치열했을 것이다.필자는이들에 의한 5월의 결승전을 관전하면서많은 생각을 했다.

이들의 명승부는 자란꽃과둥굴레꽃의 승이라고 은목서에 앉아 있는 바람은 판단한다.요즘 은목서의 위풍당당함에 가슴이 설레곤 한다.찔레꽃과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피라칸타스의흰꽃도 자신의 특성을 뽐내기 위해 은목서를 향해 미소를 짓는다.은목서 잎의 가장자리는 톱니처럼 날카롭고,장미,찔레,피라칸타스는자신의 몸에 가시를 꽂고 자신을 보호한다.

찔레의 한자 이름은 들장미를 뜻하는 야장미로서,이것은 예전에 봄이 오면 아이들은 찔레의 통통한 새순의 껍질을 까서 먹는 군것질거리였다.산야를 걸을 때 목이 마를 경우 찔레순은 갈증해소에 도움이 된다.

찔레는어느 하나도 버릴 것 없이 다양한 증상에 약재로 사용되었다. 옛날에는 겨울에이의 열매를 방향제로 이용한 적도 있고,이의 꽃을 채집하여 향낭을 만들거나 베개 속에 넣기도 했다.찔레꽃차는 이의 향긋한 향이 느껴지며,맛은 구수하면서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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