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시안적 행정과 도민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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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편집국 부국장

근시안적(近視眼的) 행정은 나쁜 행정의 한 사례이다.

근시안은 먼 곳은 잘 안 보이고 가까운 곳만 잘 보이는 눈이다. 장래를 내다보고 계획을 세우지 못하면서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진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온갖 부작용과 비용은 고스란히 지역주민의 부담으로 떠넘겨진다.

행정이 여기에 조삼모사(朝三暮四)식 계략을 펼친 것이라면 주민을 농락하는 것이다.

조삼모사는 중국 전국시대 송나라에서 많은 원숭이를 키우던 저공의 잔꾀에서 유래했다. 저공은 식량이 동나고, 도토리마저 충분하지 않자 원숭이들을 불러 놓고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를 주려고 한다. 괜찮겠냐?”라고 물었다. 원숭이들은 아침에 하나 적게 먹으면 배가 고프다며 아우성이었다. 이에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로 하자꾸나. 어떠냐?”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좋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최근 버스 요금체계 개선 방안 연구용역 절차에 돌입했다. 2014년 시내·외 버스요금 조정 이후 동결돼 전국 최저 수준이라는 게 그 이유다. 사실상 요금 인상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하지만 2017년 8월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하면서 도내 전 지역 일반버스 요금을 가장 낮은 1200원으로 통일하고, 70세 이상 노인 등 요금 면제 대상자를 확대한 정책과 비교되고 있다.

원희룡 지사가 ‘대중교통체계 개편 출정식’에서 밝힌 ‘더 빠르고, 더 편리하고, 더 저렴한 대중교통’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해진 셈이다.

더구나 버스 준공영제 도입으로 제주도가 도민 세금으로 지원하는 재정 규모는 연간 1000억원 안팎에 달하고, 해마다 늘어날 전망이다.

당시 무리한 버스 증차나 노선 신설을 최소화하고 운수업체의 경영 효율화 유도를 위해 지혜를 모으면서 서두르지 않고 준비했더라면 재정 부담 규모를 절반으로 줄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당시 4개 시·군별로 다르게 부과되던 상수도 요금을 최저가로 단일화한 후 적자 누적을 이유로 요금 인상을 추진했던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면서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고자 당근을 먼저 줘 달래고, 나중에는 나 몰라라 하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제주도가 공무원 증원에 열을 올리는 것도 앞으로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제주도는 최근 공무원 102명을 증원해 6107명으로 늘리는 ‘행정기구 설치 및 정원 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특별자치도 출범 직전인 2005년 4619명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4개 시·군 폐지에 따라 당연히 행정 경비 절감을 위해 감원해야 하지만 되레 정원이 늘어났다. 더구나 고위직 자리도 다른 지자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넘쳐났다. 이 때문에 공무원 인건비 비중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특히 공기업 등 유관기관이 신설되거나 새롭게 출범을 준비하면서 덩치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행정은 더 비대해지고 유관기관과의 역할 부담이나 조직 재정비에는 소홀하고 있다.

이는 결국 앞으로 도민들이 공무원·공기업 직원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부담을 키우는 것이다.

제주도가 당장 눈앞의 성과물을 보여주기 위함이나 공약 이행을 위해 무리수를 써가며 행정을 펼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제주의 미래를 내다보고 꼭 필요한 예산이 아니라면 통큰 씀씀이보다 아껴쓰는 제주 특유의 조냥정신을 발휘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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