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다’
‘살고 싶다’
  • 제주신보
  • 승인 2019.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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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살다 보면 누구나 겪는 일이 있다. 세상천지에 내 편은 아무도 없는 듯 외롭다 못해 미칠 것 같을 때 말이다. 누군가 내 얘기를 들어주고 ‘기운 내라’ 한마디만 해줘도 가슴 가득 차올랐던 울분과 증오가 조금은 누그러질 터인데.

외로움은 분노를, 분노는 증오를, 증오는 파멸을 부르기 십상이다. 오도 가도 못할 처지에 놓였거나 미궁에 빠진 듯한 이에게 고통을 털어놓을 상대가 있다는 것보다 더 큰 구원은 없다고 한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 대부분이 마지막 전화 통화에 실패한 뒤 결심을 실행한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특히 청소년의 문제는 심각하다. 2006년까지 청소년 사망 원인은 교통사고가 1위였으나 2007년 이후 고의적 자해(자살)가 부동의 1위가 됐다.

▲정부 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자해 관련 상담은 2만7900건으로 전년 8300건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했다. 자살 관련 상담도 작년 4만3200건에 달해 전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자해를 ‘살고 싶다’는 긴급 구조 요청으로 본다. 바꿔 말하면 도움이 절실한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개입이 시급하다는 구조신호(SOS)인 셈이다.

그들은 우울증이나 불안감을 느껴도 주변에 하소연도 못하고 속으로 억누르다가 감정 조절이 힘들 때 자해를 저지른다고 한다. 입술·손톱을 물어뜯거나 머리카락을 뽑는 행위도 그중 하나다. 피가 날 정도로 긁거나 스스로 때리는 경우도 잦다. 이를 발견했을 땐 당사자의 얘기를 들으며 ‘공감과 지지’로 대하고, 가능하면 전문기관에 알려 도움을 받는 게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자살하려는 사람의 80%는 어떤 형태로든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실제로 죽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살려고 주변에 구원을 호소하는 몸짓인 거다. 주변을 정리하거나 아끼던 물건을 나눠주는 등의 징후를 보인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초·중·고 학생은 556명에 이른다. 한 해 평균 111명꼴이다. 이들 중 80%가 자살을 예고했고 그들에게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다면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 터다.

가장 슬픈 선택을 해야 할 정도의 극심한 절망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삶과 죽음을 얘기할 수 있을까 싶다. 그런 면에서 아무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다는 사실만큼 끔찍한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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