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같은 축구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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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위원

1983년 6월 15일. 고교 시절 중간고사 시험을 치르던 날이었다.

또한 이날은 멕시코에서 열린 청소년축구대회 한국과 브라질 4강전이 열린 날이기도 했다.

이날 학생들은 4강전이 열리는 날 시험을 치르게 됐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적잖은 학생들은 얼른 시험을 치르고 학교 밖에 있는 식당을 찾아 나섰다.

축구를 보기 위해서였다. 시험이 무슨 대수인가.

이날 한국 팀은 브라질에 먼저 한 골을 넣고도 1-2로 역전패했다.

18일 치러진 3, 4위전에서도 폴란드에 져 4위를 기록했다.

당시 박종환 감독의 한국 팀은 빠른 속도로 함께 공격하는 ‘벌떼축구’로 멕시코와 호주, 우루과이를 2-1로 물리치며 4강까지 올랐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프로그램화된 것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어떤 공식에 의한 움직임처럼 보였다.

그러나 브라질 전에서는 상대 수비가 이러한 움직임을 파악하고 우리나라 선수와 선수 사이의 공간을 차단하자 우리나라 선수들은 당황했다. A공식만 익혔지 B나 C같은 공식은 없었던 셈이다. 다양한 공식만 익혔다면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제 새벽 드라마 같은 축구 경기가 펼쳐졌다. 폴란드에서 열린 20세 이하 축구 월드컵 세네갈 전이다. 1-2 상황에서 후반 종료 직전 이강인의 코너킥을 이지솔이 헤딩골로 연결하면서 2-2가 돼 연장전이 벌어졌다.

연장 전반 6분 그림 같은 장면이 펼쳐졌다.

이강인이 상대 수비수 3명이 촘촘히 있는 공간에서도 빈틈을 이용, 스루패스를 했고, 조영욱이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3-2 역전인 것이다. 경기가 이대로 끝나는 줄 알았다. 아뿔사. 후반 종료 직전 한골을 허용하면서 3-3 동점이 된 것이다. 승부차기에서도 우리나라의 첫 번째, 두 번째 키커가 실축하면서 지는 줄 알았다. 그러나 상대 선수들도 실축을 하면서 결국 우리나라 팀이 승리했다.

말 그대로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우리나라 팀이 36년 만에 4강까지 오른 데는 모든 선수가 잘했지만 이강인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날 경기에서도 2도움 1골을 이끌어냈다. 개인기가 좋은 아르헨티나 선수 3명을 제자리 상태에서도 개인기로 제압하는 이강인은 한국 축구에 있어서 별종이다.

우리나라 팀이 12일 에콰도르를 물리쳐 결승에 진출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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