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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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택, 前 탐라교육원장·수필가

2019년 5월 28일자 모 일간지 신문 기사다.

6·25에 참전한 뒤 미 오하이오주 신니내티 시청에서 근무했던 헤즈키아 퍼킨스씨는 말년을 요양원에서 보내다 최근 쓸쓸히 숨졌다. 평상시 그를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의 장례식엔 생전에 그가 알지 못했던 수천 명이 마지막 순간을 함께했다. 이는 그로브 묘지 측이 페이스북에 6·25 참전 용사인 퍼킨스의 장례식에 주민 여러분이 참석해 달라는 안내문을 올려서다.

얼마 전, 소말리아 아덴만에서 6개월간의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해군 최영함 입항 도중, 홋줄이 끊겨 승조원 한 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역을 불과 한 달 앞둔 최 병장이 마지막까지 임무를 수행하다 변을 당한 것이다. 환영 나온 부모 앞에서 벌어진 참극은 국민의 애를 태웠다. 그런데 대통령은 조화 하나 보낸 것이 전부였다. 더구나 고인의 아버지는 영결식을 마치고 마음을 추스르는데, 인터넷에서 ‘잘 죽었다’며 아들을 비하하는 글을 보게 됐다. “아들을 두 번 잃은 것 같다.”고 했다.

위의 두 사람은 고귀한 생명을 잃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6·25 참전용사마저도 영웅시하는데, 우리나라는 국무총리조차도 찾지 않는 이상한 현실이다.

6월은 호국 보훈의 달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고귀한 생명을 바친 호국영령들을 추모하는 의미다 이때만큼은 여느 달과는 달리 음주가무를 삼가고, 희생된 분들의 정신을 기린다. 그런데 작금엔 고작 추념식을 치르는 것만으로 모든 일이 해결되는 것처럼 보여 안타깝다.

며칠 전 현충일이 지났다. 한라산 자락 99골 충혼묘지에 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게 거행되었다. 이날은 하늘도 슬펐는지 먹장구름이 낮게 깔리고, 산골짜기에는 안개가 자욱하다. 식은 추념사와 분향 순으로 진행되었다. 행사 마지막에는 헌시 낭독이 있어졌다.

6월은 소리 없이 짙은 초록으로/ 고귀한 임들을 기다립니다. 여기 키 작은/ 비석에 이는 바람조차/ 숙연한 뒷모습으로 숨을 낮추면/ 진혼곡은 잔잔히 울먹이고/ 분향은 나지막이/ 길을 열어 춤을 춥니다.(생략)

낭독을 하는 동안 추념식장은 고요하고 적막감마저 감돈다. 가끔 스쳐가는 바람소리만이 묘역을 한 바퀴 돌아 어디론가 사라진다. 분향을 끝으로 추념식은 마무리되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호국영령들의 희생과 고귀한 정신이 시간 속으로 묻혀버리는 것 같아 가슴이 아리다. 그들은 누구를 위해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등졌는가. 안보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요즘 병역을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현상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어 걱정스럽다. 이러다간 나라가 고스란히 적의 손아귀에 넘어갈 판이다.

제주에서는 해마다 국가유공자들이 병마에 시달리고, 힘들고 어렵게 살다 생을 마감하는 수가 40~50명이라고 한다. 멀지 않아 국가유공자가 없어질 위기에 놓이게 될지도 모른다.

현 시점에서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가 필요하다. 그래서 국가유공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후손들에게 안보와 희생정신을 본받도록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그리고 하루 빨리 국립묘지 조성과 보훈병원 건립, 요양호보시설도 설치해야 한다. 그게 진정한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다.

6월은 말없이 흘러가지만, 호국영령들의 희생정신은 가슴속에 영원히 새기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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