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코모리’ 남의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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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히키코모리(引きこもり)’는 ‘방에 틀어박힌다’라는 의미로, 방에만 처박혀 외부와 단절된 일본의 젊은이를 말한다. 거품 경제가 끝나 경기침체가 시작된 1990년대 초부터 사회 문제로 부각됐다. 일본 정부가 제대로 된 해법 없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20~30대이던 이 은둔형 외톨이들은 방구석에서 40~50대 중장년이 됐다. 이런 이들이 60여 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80대 노부모가 중년이 된 히키코모리 자녀를 돌봐야 하는 이른바 ‘8050문제’가 일본의 또 다른 고민으로 떠올랐다.

충격적인 일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전직 차관급인 70대가 자택에서 40대 장남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해 열도를 경악게 했다. 부친은 경찰 조사에서 “아들이 방에만 있는 경우가 많았고, 자주 폭력성을 보여 남에게 해를 가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우리의 ‘20·30세대’는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을 가졌다고 한다. 이 말이 나온 지도 10년쯤 됐다. 학력, 자격증, 외국어 등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주특기를 잔뜩 지니고 있음에도 고용절벽 앞에서는 좌절하고 있다. 올해 들어 청년 실업률은 9.5%로 전체 실업률(3.8%)보다 3배가량 높다.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으론 23%에 이른다고 한다. 그나마 일자리를 구한 경우는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다.

수년 전부터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했다고 해서 이들에게 삼포(三抛) 세대란 닉네임이 붙었다. 최근에는 여기에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까지 접었다고 해서 ‘오포 세대’, 한발 더 나아가 꿈과 희망까지 포기했다는 ‘칠포 세대’란 말도 붙었다. ‘인구론(인문계 출신의 90%는 논다)’, ‘청년실신(청년 실업자+신용불량자)’ 등의 수식어도 생겼다.

그런데도 정부나 지자체의 대책은 ‘공무원’에 맴돌고 있다. 민간부문이 나서려고 하면 태클을 걸거나 색안경을 끼고 보려 한다. 게다가 고용절벽을 높이려 한다. 총선을 앞두고 정년 연장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586세대들에겐 환영받을지 몰라도 청년층 일자리를 압박하는 일이다. “고마 하이소, 마이 묵었다 아닙니까.” 영화 ‘친구’를 패러디한 불만으로 세대 간 싸움 날까 걱정이다.

▲히키코모리는 ‘잃어버린 10년(1991~2002년)’의 희생양들이다. 젊은 시절의 취업 실패가 그들을 ‘방콕’에 머물게 했다. 이젠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 길을 우리가 따라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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