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렵(川獵)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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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앞내에 물이 주니 천렵을 하여보세/ 해 길고 잔풍하니 오늘 놀이 잘 되겠다/ 벽계수 백사장을 굽이굽이 찾아가니/ 수단화(水丹花) 늦은 꽃은 봄빛이 남았구나/ 촉고를 둘러치고/ 은린옥척(銀鱗玉尺) 후려내어/ 반석에 노구 걸고/ 솟구쳐 끓여내니/ 팔진미 오후청을/ 이 맛과 바꿀소냐.”

정학유(丁學游)의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 수록된 천렵에 대한 이야기다. 천렵을 해 그 자리에서 물고기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맛이 곧 천렵의 운치라는 내용이다. 농가월령가는 조선시대 가사로, 농가에서 1년 동안 해야 할 일과 세시풍속 등이 담겨 있다.

▲천렵(川獵)은 이처럼 뜻이 맞는 사람끼리 냇가나 강가에서 헤엄도 치고 그물을 쳐 고기도 잡고, 잡은 고기를 솥에 걸어 놓고 매운탕을 끓여 먹으며 하루를 즐기는 놀이다. 때론 농악이 따르기도 한다. 국어사전엔 ‘냇물에서 고기잡이 하는 일’로 정의돼 있다

천렵은 봄부터 가을까지 행해지나, 여름철에 주로 이뤄진다. 더위를 피하기 위한 피서법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무더운 날씨에 농사일을 하던 고달픔을 잊고 신명나는 하루를 보내는 데 그만한 놀이가 없었다. 오늘날까지 그 명맥이 이어져 오고 있는 이유일 게다.

▲요즘 정치권이 때아닌 ‘천렵 논란’으로 시끄럽다. 대통령의 순방길을 ‘천렵질’로 빗댄 논평이 나온 탓이다. 더욱이 천렵이란 단어에 그 직업이나 직책을 비하하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 ‘~질’이 덧붙여지면서 대통령 비판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발단은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이 지난 9일 북유럽 3국 국빈 방문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불쏘시개 지펴 집구석 부엌 아궁이 있는 대로 달궈놓고는, 천렵질에 정신 팔린 사람마냥 나 홀로 냇가에 몸 담그러 떠난 격”이라는 내용의 논평을 내면서 시작됐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에선 “쌍욕보다 더한 저질 막말”이라며 강력 성토했다. 이해식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경제 영토와 외교 지평을 확대하기 위한 정상 외교를 ‘천렵질’이라고 비난하는 한국당은 제정신이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해 반박과 재반박이 잇따랐다.

▲그래서일까. 지난 10일 한때 천렵질이란 말이 온라인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그 과정서 “천렵질이 막말이냐, 비평이냐”는 누리꾼들 간 공방이 오고 가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를 바라보는 독자들의 생각은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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