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석 의장의 신중한 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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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내가 아는 것이 있는가? 아는 것이 없다. 어리석은 자가 있어 나에게 묻는 일이 있다면, 그 말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 할지라도 나는 그 양끝을 잡아다가 밝혀주었다.”

‘논어’ 자한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씀이다. ‘양쪽의 극단적인 주장을 종합해서 하나의 결론에 이른다’는 사자성어 ‘고기양단(叩其兩端)’의 출처다.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을 보면 여기서 고(叩)는 ‘두드리다’가 아니라 ‘묻다’, ‘끌어당기다’의 뜻으로 쓰였고, 양단(兩端)은 두 극단을 말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어떤 세력이나 집단들이 하나의 사안을 놓고 상반된 주장을 펴면서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려 한다면 갈등과 반목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작금의 우리나라 정치 현실이 그렇다. 중앙 정치권만 그런 게 아니다. 최근 제주특별자치도와 일부 제주도의회 의원들이 관리보전지구 1등급 지역에 공항·항만 설치할 수 없도록 하는 ‘보전지역 관리 조례 개정안’과 ‘카지노 이전을 제한하는 조례 개정안’을 놓고 날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제주도는 상위법 위반 등을 내세워 조례 개정에 반발하고 있고, 이들 조례 개정안을 발의한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은 절대 다수당의 힘을 이용해 조례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이러한 대결 국면 속에서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의 신중한 처신이 주목을 받고 있다.

민주당 소속이지만 김 의장은 이번 도의회 정례회에서 “보전지역 관리 조례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임시회에서도 본회의 상정을 보류시킨 바 있다. 김 의장은 또 카지노 조례 개정안에 대해서도 “상임위 의결 결과를 존중하겠다”면서도 “법률 유보 및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다.

▲‘논어’ 위정편에 ‘다문궐의(多聞闕疑)’라는 사자성어가 나온다.

자장이 관직 생활의 자세를 묻자 공자가 답했다. “여러 소리를 들어보고서 미심쩍은 것은 옆에 제쳐두고 그 나머지를 아주 조심스레 말하라. 그러면 잘못을 덜 하리라. 여러 가지를 찾아보고서 문제가 될 만한 것은 옆에 제쳐두고 그 나머지를 매우 조심스레 실행하라. 그러면 뉘우치는 일을 덜 하리라.” ‘고기양단’과 ‘다문궐의’. 이념과 진영 논리에 매몰돼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우리 정치권이 유념해야 할 사자성어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김 의장의 처신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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