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용의 효능(下)-제주 사슴, 조선시대 진상품 중 하나
녹용의 효능(下)-제주 사슴, 조선시대 진상품 중 하나
  • 제주신보
  • 승인 2019.06.1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상열, 한의사·한의학 박사

한의학의 대표적인 보약인 녹용은 알다시피 사슴뿔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슴의 뿔이 녹용으로 쓰일까.

동물분류 체계상(유럽식) 사슴 속(屬)에는 8종이 있는데, 이 중 3개 종의 사슴뿔을 녹용으로 사용한다. 매화록(梅花鹿, Cervus nippon Temminck), 마록(馬鹿, C. elaphus Linne), 대록(大鹿, C. canadensis Erxleben)이 그것이다.

등 무늬가 매화꽃 같다 하여 이름 붙여진 매화록은 우리가 흔히 아는 꽃사슴이다. ‘본초강목’에 의하면 녹용으로 쓰는 사슴은 ‘누런색 바탕에 하얀색 무늬가 있다(黃質白斑)’ 하고, ‘증류본초’의 사슴 그림에도 등에 반점이 있다. 문헌상 꽃사슴이 녹용의 기원 종이 되는 근거이다.

꽃사슴 녹용은 작고 귀하여 한국에서는 거의 구할 수 없고, 중국에서조차 화녹용(花鹿茸)이라 하여 아주 적은 양만 고가에 거래된다.

마록과 대록은 원래 인도 지방에서 동일 기원했지만, 각각 동서로 이동한 후 중국 서부의 산간과 사막을 경계로 오랜 시간 서로 격리되었다. 서쪽의 유럽으로 간 것이 마록(C. elaphus)이고, 반대편 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한 것이 대록(C. canadensis)이다. 대록 중 일부는 대륙이 이어진 빙하기 때 베링 해협을 따라 북미로 넘어갔다.

우리가 이용하는 대부분의 녹용은 뉴질랜드산 적록(赤鹿)으로 마록에 속한다. 뉴질랜드에는 원래 사슴이 자생하지 않았다. 유럽인들이 뉴질랜드에 정착하면서 고기 공급을 위해 유럽산 적록을 들여와 사육하기 시작했던 것이 현재는 한국과 중국 등의 녹용 시장에 진출하면서 산업적으로 성장했다.

대록에 속하는 대표적인 것이 원용(元茸, C. canadensis sibiricus)이라 불리는 녹용인데, 러시아 알타이 지역에서 생산된다. 한국에서는 고급으로 취급되는 종이며 녹용 무게도 뉴질랜드산의 2.5배나 된다.

 

멜라닌 색소 결핍의 알비노 꽃사슴
멜라닌 색소 결핍의 알비노 꽃사슴

일부 학계에서는 대록을 마록의 일종으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근래에 DNA 상 서로의 종간 구분이 확인되고 있다.

그렇다면 좋은 녹용은 어떤 종일까. 필자가 논문 등을 종합해 본 바로는, 성분과 효능에서 녹용의 종에 따라 큰 차이가 없었다. 종보다는 오히려 녹용의 부위에 따라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보통 사슴뿔은 위에서부터 상대, 중대, 하대로 나뉘는데 보양(補陽)의 본래 효능은 상대로 갈수록 우수했다.

한국의 야생 사슴은 사라진지 오래다.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과거엔 제주에도 꽃사슴을 비롯한 사슴 류가 야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 후기 백과사전 형식의 책인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는 ‘사슴 종류 중에 무늬 있는 사슴이 있는데 우리나라 제주도에서 산출된다’라고 기록하고 있다(鹿之類有斑鹿 産於我東湖南耽羅島). 실제, 사슴은 조선시대 제주의 진상품 중 하나였고 한 기록에 따르면 사슴은 제주에서 1910년대까지 서식했었다.

전설에 등장하는 제주의 백록(白鹿)도 드물게 나타나는 멜라닌 색소 결핍의 돌연변이인 알비노 사슴이었으리라. 제주의 상징물인 사슴을 문헌연구를 거쳐 복원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