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배 째라는 청소년 방치하다간
술 마시고 배 째라는 청소년 방치하다간
  • 함성중 기자
  • 승인 2019.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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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 신분증을 도용해 술을 마신 뒤 업주를 협박해 무전취식하는 등 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제주시에 따르면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았다가 적발된 곳은 재작년 20건, 작년 25건에 이어 올해도 5월 말까지 9건에 이르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신분증을 속인 사례로 파악되지만 입증할 증거가 부족해 업주들만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제주시에서 영업 중인 40대 음식점 주인은 최근 청소년에게 술을 팔았다는 이유로 한 달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현행법상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다가 적발되면 업주는 영업정지와 함께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반면 청소년은 처벌받지 않는다. 청소년은 보호의 대상이라는 원칙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청소년들이 범행을 저지른다는 점이다. 앞의 음식점 사례처럼 술과 음식을 먹고 계산을 않으려고 경찰에 미성년자라고 자진신고를 하는 일은 부지기수다. 일부러 술값 시비를 벌여 청소년에게 술을 팔아도 되느냐 협박하며 배 째라는 경우도 오래된 수법이다. 유해환경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률이 외려 빈번히 악용되면서 그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것이다.

다행스런 건 지난 12일자로 가짜 신분증이나 폭행·협박에 의해 술을 판 사실이 확인되면 제재를 받지 않도록 했다. 미성년자의 고의적인 탈법 행위로 업주가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식품위생법을 고친 것이다. 그럼에도 미성년자가 위조된 신분증을 보인다면 막을 도리가 없다는 게 업주들의 하소연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남을 속여 술을 마시는 청소년 일탈을 그대로 두기에는 법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영국과 미국 등은 청소년이 주류를 구매·소지할 땐 벌금을 부과한다. 신분증을 도용했거나 업주를 협박한 경우 과태료 부과와 봉사 명령 등 경각심을 줄 만한 제재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청소년이라도 범죄 행위까지 보호한다는 건 법 체계의 모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