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천황(破天荒)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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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천황(天荒)’은 천지가 아직 열리지 않은 혼돈한 상태다. 이를 깨뜨려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는 말이 ‘파천황(破天荒)’이다. 오늘날에 이르러선 어느 분야에서든 이전에 아무도 하지 못한 일을 처음으로 해냈을 때를 의미한다. 전대미문(前代未聞), 전인미답(前人未踏), 미증유(未曾有)의 뜻이 있다.

그 유래는 중국의 과거시험에서 비롯됐다. 당나라 때 형주지방은 인재들이 많았으나 단 한 명도 과거에 합격하지 못했다. 이래서 사람들은 형주를 합격자를 배출하지 못한 미개한 땅으로 여겨 ‘천황(天荒)의 땅’이라 불렀다. 그런데 선종(宣宗) 때 처음으로 ‘유세’라는 젊은이가 과거에 합격하자, 사람들은 천황을 깬 자가 나왔다며 환호했다. 그를 가리켜 ‘파천황’이라고 했다.

▲파천황들이 국민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은 세계인들의 가슴에 K팝을 선명히 새기고 있다. 가히 ‘비틀스의 재림’이라고 표현할 만한 폭발적인 인기로 전 세계적인 뜨거운 스타가 됐다. 지난 1~2일 한국 가수 최초로 음악의 성지라는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이곳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 나온 라이브 에이드(Live Aid)가 펼쳐진 장소로도 유명하다. 영국 BBC의 평가처럼 방탄소년단은 팝의 본고장에서 미증유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으로 제72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칸은 베니스, 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도 최고 영화제로 꼽힌다. 한국 영화가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것은 한국 영화 탄생 100년 만에 처음이다. 한국영화사 전대미문의 수상이다.

정정용 감독이 이끈 리틀 태극전사들이 ‘2019 FIFA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의 쾌거를 이뤘다. 한국 남자 축구 역사상 FIFA 주관 대회 최고 성적이다. 이강인은 골든볼 수상자로 18세에 전인미답의 금자탑을 들어 올렸다.

▲서산대사는 한시 ‘답설가(踏雪歌)’를 통해 앞선 사람이 똑바로 걸어가 줄 것을 신신당부했다. ‘답설야중거 불수호란행(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모름지기 발걸음 하나라도 어지럽게 가지 마라) 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오늘 내가 걸어가는 발자취는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족적은 이어짐이요 사다리다. 전인(前人)의 노고가 오늘의 파천황을 낳았다. 제2, 3의 파천황 탄생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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