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으로 생활이 불가능한 초고령사회의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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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일본 치바대학교 준교수/논설위원

초고령사회인 일본에서는 최근 일본 금융청이 발표한 고령사회의 자산 형성과 관리에 관한 보고서가 적잖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노후자금 2000만엔(약 2억1800만원) 부족 문제’라는 제목으로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는데 고령사회에서 노후생활과 연금에 관한 문제처럼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사안도 없다.

보고서의 주된 내용은 젊어서 일을 하는 동안 소액이라도 꾸준히 저축하거나 재테크를 해 둔다면 리스크를 줄이면서 노후를 위한 재산 형성이 가능하다. 그러니 먼 장래가 아닌 지금부터 스스로 자산을 잘 관리해 노후에 대비하라는 조언이다. 이러한 조언은 자주 들어오던 내용이라 별 색다르지 않다. 단지 조언들을 뒷받침하는 내용과 근거들이 다르다. 예를 들면 고령화가 우리 사회와 생활에 어떤 변화들을 가져오고 있는가를 다양하게 진단한다. 또 그로 인해 드러나는 현 연금제도의 한계성과 노후생활의 문제점에 대하여 구체적인 통계를 들어 예측하고 제시한다. 그중 가장 논란이 되고 이미 여러 매스컴에 소개되고 있는 내용 중 하나는 은퇴한 고령 부부가 노후에 평균적으로 받게 될 연금 수령액과 노후생활비에 관한 수치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금 생활을 하는 고령 부부(남편 65세 이상, 아내 60세 이상)가 받을 수 있는 공적 연금 수입은 평균 21만엔(약 229만원). 이에 비해 한 달에 들어가는 노후 생활비는 평균 26만엔(약 284만원). 따라서 생활비로 매달 5만엔(약 54만원)의 적자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70세 이상의 노인 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일본은 현재 60세인 사람 중 4명의 1명은 95세까지 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2000만엔이라는 금액은 바로 95세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30년간 매달 발생하는 생활비 5만엔의 적자를 충당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이다. 물론 2000만엔은 어디까지나 평균 금액이고 주거환경이나 소비패턴에 따라서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연금제도를 ‘100년 안심’이란 슬로건을 내세워 설명해 왔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슬로건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저출산과 고령 인구의 증가로 인해 연금재정은 줄어들고 있고 향후 공적 연금만으로 노후생활이 어렵다는 것은 일본 국민들이라면 누구나 인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 2000만엔이라는 노후자금에 관한 보고가 이처럼 논란으로 번지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마도 그 이유 중 하나는 그동안 막연하게 느끼고 있었던 연금 문제가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나면서 직시하고 싶지 않았던 현실을 직시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비정규직 등 경제적 어려움으로 저축은 엄두도 못 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 2000만엔을 준비하라는 말은 자신들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언으로 들린다. 무엇보다 일본 국민들이 가장 불안해하고 분노하는 지점은 일본 정부가 지금은 2000만엔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향후 5년 또는 10년 후에는 3000만엔, 4000만엔의 노후 자금이 필요하다고 고쳐 말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로 고령화가 진행된다면 2000만엔을 준비해야 할 시기도 더 앞당겨질 것이다.

일본의 고령사회를 대비한 연금제도의 개정은 1985년부터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연금제도의 한계와 재정 파탄으로 더는 연금 지급이 불가능할 경우 일본 국민의 노후생활은 어떻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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