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입김에 좌우되는 주민참여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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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참여예산이 당초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주민참여예산은 말 그대로 주민들이 편성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그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책정한 예산이다. 재정 운영의 투명성과 재원 배분의 공정성을 높인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런데 이 예산이 엉뚱한 곳으로 새고 있다고 하니 실망스럽다.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전문위원실이 ‘2018회계연도 결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읍·면·동의 주민참여예산이 사실상 행정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에 국한됐다고는 하지만, 읍·면·동장의 입김대로 집행되고 있는 사실이 놀랍다. 주민참여예산에 주체인 ‘주민’은 빠지고 행정이 주인 행세를 하는 꼴이다.

어느 읍은 자전거 이용과 관광 활성화를 위한 ‘바이클 학교 만들기’에 2억원을 책정했지만, 테마 거리 조성 사업에 사용했다. 심지어 관내 명품거리 조성과 보안등 설치를 위한 사업비를 주민센터 사무실 정비 공사비로 전용한 곳도 있다. 분수대 설치 비용이 부족하다며 주민참여예산을 끌어다 쓴 사례도 있다. 이럴 거면 행정 재량사업비라고 하지 굳이 주민참여예산이라며 애써 분칠까지 할 필요가 있었겠는가.

읍·면·동의 변명을 들어보면 ‘페널티’ 때문이라고 한다. 당해연도에 예산을 집행하지 못해 불용 처리하면 페널티로 다음 연도에 지원액을 줄이거나 읍·면·동 평가에서 불이익을 준다는 것이다. 당연히 개선돼야 한다. 페널티가 두려워 막대한 혈세를 소진에만 급급해 불요불급한 곳에 억지로 쓴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중앙정부의 예산 편성 관행을 답습하지 말고 특별자치도 다운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올해 제주도 예산 가운데 주민참여예산은 288개 사업에 198억원이다. 2013년 제도 시행 이후 1943개에 총 1114억원이 투입됐다.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그런데도 딱히 모범적인 주민참여예산 사업이라며 떠오르는 것이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 기회에 도민의 호응과 공감을 유도할 수 있는 아이디어 사업도 발굴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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