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그리고 파경
부부 그리고 파경
  • 제주신보
  • 승인 2019.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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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나를 낳아준 부모와는 일촌(一寸)이요, 형제간은 이촌(二寸)이라고 한다. 천륜이라는 끊을 수 없는 값이 있다. 부부는 이보다 더 가까운 일심동체(一心同體)에 무촌(無寸)이다.

흔히 부부간의 사랑을 ‘금실상화’라고 한다. 현의 수가 다른 두 개의 거문고를 잘 타야만 조화로운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거다. ‘다반향초’라고도 한다. 차를 반쯤 마셨는데도 향기는 처음처럼 여전하다는 것으로 변함없는 사랑을 얘기한다.

살아서 같이 늙고 죽어선 한 무덤에 묻힌다는 ‘해로동혈’도 있다. 생사를 함께하는 사랑의 맹세를 비유한 말이다. 하늘이 맺어준 배우자라는 ‘천정배필’도 잘 쓰인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잘 쓰면 갈등이 있을 턱이 없지만 돌아서면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는 게 부부다.

▲1990년대 일본가정에 큰 변화가 시작됐다. 앞서 고도성장시기에 일벌레였던 남편들이 은퇴하면서 이혼을 당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그런 황혼이혼을 ‘은퇴남편증후군’이라 명명했다. 황혼의 변화는 우리나라에도 체감된 지 오래다.

통계청의 ‘인구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한 지 20년 이상된 부부의 이혼이 3만6300건으로 전년에 비해 9.7% 늘었다. 특히 고령 이혼으로 일컫는 70세 이상의 이혼도 3777명에 달했다. 2000년 570명에 비해 무려 6.6배나 증가했다. 심지어 90세 넘어 갈라서는 경우도 2016년 9명, 2017년 14명, 작년 18명으로 증가 추세다.

자녀들이 자립하는 시점에 오랜 세월 쌓인 불만이 폭발해 이혼 서류를 내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여성의 ‘반란’이 심한 모양이다.

▲주례사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의 시대는 이제 종언을 고하고 있다. 누군가 나서서 조금만 더 참고 살라고, 혹은 주책이라며 황혼이혼을 비웃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안타깝게도 남녀가 사랑할 때 나오는 묘약 ‘페닐에틸아민’의 유효기간은 고작 3년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늘 지지고 볶는 부부생활에는 과학적 수치로는 말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다.

이혼이 더 이상 흠이 아닌 시대, 파경을 막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서로를 위하는 감정이 차가워지기 전에 배려와 존중을 표현하고 행동하는 게 그중 하나다. 아무리 남발해도 시간도, 돈도 들지 않는다. 살다 보면 ‘웬수 같은 정’이 솔솔 쌓이는 것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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