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전쟁 70년…모슬포 곳곳엔 일제 강점기 흔적까지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전우애의 힘
영웅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힘과 명예가 아닌 약자의 편에서 공감하고 경청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에 내리는 결단력이 아닐까. 난세에 영웅이 탄생한다는 말처럼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전쟁에서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나라를 지켜내는 일. 그리고 그 뒤엔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똘똘 뭉친 힘이 있었다. 끝까지 싸워 다시 찾아온 한민족의 평화. 그렇게 눌처럼 켜켜이 쌓여 있던 전쟁의 기억이 유월만 오면 자꾸 몸을 뒤척인다.
유월의 기억으로 바람난장이 찾은 곳은 제주도 서쪽 ‘대정현 역사자료전시관’이다. 대정읍은 모슬포로 불리며 과거엔 못살포라고 부르기도 했다. 칼바람이 뼛속까지 파고들어 사람이 살기에 척박한 땅이었음을 짐작하는 말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모슬포로 들어서는 길목부터 오름 위, 바닷가, 마을 주변 곳곳에 일제강점기 당시 전쟁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지정학적으로 결전을 치르는데 매우 중요한 장소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겨냈다. 어떤 상황에도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서 지켜낸 평화. 올해로 한국전쟁 70주년이다. 매해 잊지 않고 돌아오는 처절했던 기억들. 연극인 강상훈님의 낭송으로 시간은 다시 그날의 전쟁터로 데려간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 그것이 전우애가 아닐까. 같은 신념을 가진 민족의 뜨거운 핏줄이 아직 우리에게도 흐르고 있다. 우리를 하나로 이어지게 만드는 힘이 바로 자유와 평화를 향한 갈망이 아닐까.
어디로든 마음을 흐르게 하고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자유의 몸짓, 무용가 강세운님의 춤사위다. 강물이 흘러 바다로 가듯 바람이 불어 산과 들을 넘나들 듯 우리의 마음도 인연을 타고 바다 건너 전 세계로 드나들며 먼 우주의 불빛을, 미래를 밝힌다.
이토록 뜨거운 심장은 누구의 기다림인가. ‘저 언덕 너머 어딘가 그대가 살고 있을까’ 어쩌면 이 生은 기다림이 전부일지 모른다. 성악가 윤경희님의 ‘시간에 기대어’를 듣다보니 방금 누군가의 기억 속을 드나든 것처럼, 전생을 알아버린 것처럼, 삶이 초연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