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리더십과 뒷말 대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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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혁, 시인·문화평론가

리더는 권력을 쓰되 겸손해야 한다. 2019 국제축구연맹 20살 이하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거둔 것은 ‘겸손의 리더십’을 지닌 정정용 감독이 있어서다. 자신이 한 일이 대단하다고 우쭐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며 상대의 능력을 알고 적재적소에 그 능력이 쓰일 수 있도록 하는 리더십.

그런 리더십은 어디서 왔을까? 정정용 감독은 선수 생활 중 부상으로 29세에 축구화를 벗어야 했다. 몸담았던 축구팀도 외환 위기로 해체되었다. 하지만 그는 대학원을 다니며 축구 지도자의 길을 착실히 준비했다. 그런 절치부심의 과정을 거친 후 ‘성적’보다는 ‘즐거움’에 초점을 맞춘 ‘공감과 소통의 리더십’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거기다 빅 데이터와 동영상을 활용한 ‘마법의 노트’가 더해졌다.

그에 비해 선수 시절 ‘잘 나가던’ 감독은 선수들이 자신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매우 못마땅하게 여길 가능성이 높단다. 그래서 자신의 판단이 가장 정확하다고 여겨 소통 부재의 독재자가 될 수 있다. 그 결과 아첨꾼만 가까이 두면서 팀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윌리엄 골딩의 우화소설 『파리대왕』(1954)에 나타나는 두 명의 리더의 모습도 이와 유사하다. 주인공 ‘랠프’는 민주주의적 방식과 합리적 토론을 유도하면서 일관성을 보여주고 지도자의 책임을 감수하며, 책임을 회피하면 야만과 무법이 판을 칠 것이라 생각한다. 그에 비해 ‘잭’은 합리적 토론을 거부하는 권력 지향적 인간으로 폭력을 집단화한다. ‘잭’은 진흙을 온몸에 바르는 의식을 동원하여 소년들이 수치감과 죄의식에서 벗어나게 함으로써 정치적 안정을 구축한다. 야만적 독재자요 파괴적 종교의 사제라 할 파리 떼의 왕초인 ‘잭’은 ‘랠프’ 집단을 적으로 만들어낸다.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소년들의 무지(無知)와 공포심을 이용한다. 거친 행동을 하면서 괴물이 숲속에 산다는 거짓말로 권력을 유지한다.

실제로는 잃어버린 정치권력을 되찾기 위해, 그나마 잔존하고 있는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발버둥치는 세력들을 본다. 그리고 광화문을 장악하고 시민들에게 해코지를 하며 무법지대로 만드는 ‘부대’ 이야기를 듣는다. 그들은 ‘뒷말’을 교묘히 이용한다. “권력을 얻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민폐를 끼치고 협잡과 거짓말을 일삼는다. 일반적으로 뒷말이 겨냥하는 대상은 남을 짓밟고 권력을 쥐려는 개인이다.”(대커 컬트너, 『선한 권력의 탄생』)

그들은 끊임없이 ‘뒷말’을 한다. 경제가 도탄에 빠지고, 독재를 행하고 있다고. 물론 그것은 진실이 아닌 거짓이다. 그런데 그것은 일종의 프레임으로 자리를 잡으며 무지와 공포심으로 똘똘 뭉친 대중들의 눈을 돌리게 한다. ‘소득주도 성장’을 경제 파탄의 원인으로, 남북 관계 개선의 노정을 ‘친북 정책’으로, 국회 파행을 주도하며 그 책임을 정부와 여당에 묻는 방식으로 ‘좌파 독재정권’ 프레임을 씌운다.

그런 ‘뒷말’을 만들어내지 않으려면 정정용 감독과 같은 리더십이 필요하다. 적재적소에 사람을 잘 쓰고, 국민과 진실하게 소통해야 한다. 그리고 마침내 결승전까지 팀을 올리듯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는 결과를 낳아야 한다. 그 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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