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평화상을 받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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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수, 한국사회과학연구회 이사장/논설위원

지난 6월 20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국제연합 본부에서 제주학살(1947-1954)의 진실과 책임, 화해에 관한 대형 국제회의가 UN 대한민국 대표부, 강창일 국회의원실, 제주4·3평화재단의 공동주최로 열렸다. 이때 ‘제주4·3’을 이행기 정의 확립의 새로운 세계적 모형으로 상정하고, ‘4·3평화·화해운동을 노벨평화상 추천 운동’으로 승화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아직도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사실 인정과 책임 관계가 모호하고, 피해회복을 위한 관련법 개정이 지지부진하고 국회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주목할 만한 제안이다. 그런데 막상 제주섬 상황에 비추어 보면 이제부터 노벨 평화상을 수상할 만한 계제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첫째, 제주도민들은 무기와 군대가 없는 섬을 지향한다는 의미의 세계평화섬 정착에 정면 역행하고 있는 제주해군기지부터 폐지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해군기지 입안과 건설, 운영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과 폐단들에 대해 전면 조사해야 한다. 해군기지 유치 투표함 빼돌리기와 같은 불공정과 해군 개입, 경찰의 인권침해, 관계기관의 정보조작, 공기 단축을 위한 무리한 급행 철근 수송과정 등에 관한 모든 비리와 불법행위들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세계평화의섬 정책을 거스르는 군사기지 신설과 같은 해괴한 군비 확장론이 평화정책으로 포장되어 도민들을 현혹케 한 거짓 선전과 나쁜 홍보, 이 모든 것들을 위한 국민세금 낭비 사실도 조사되어야 한다. 평화를 대화와 협상에 의해 확보하는 게 아니라 무기와 군대, 군항 조성으로만 가능하다고 믿는 군사주의부터 청산되어야 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방부와 국토부, 제주도 사이에 제주섬 내부의 땅을 놓고 군기지를 설치, 운영하기 위한 여러 차례의 수많은 계획 수립과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는 점이다. 제주해군기지 이외에 공군기지 설치, 항공수색부대 운용을 위한 협의가 있어왔다. 이런 것조차 세계평화섬정책 기조에 어긋나는 것이다. 이미 제주공항 일부에 수색정찰을 위한 군용기용 격납고가 설치되어 있다.

둘째, 제주사람들은 과잉관광과 쓰레기 처리난, 지하수 오염, 항공운송 혼잡, 공항확충문제 등 현안 처리에서 갈등조정능력을 획기적으로 신장, 진화, 발전시켜야 한다. 제2공항 강행 방침이 발표되면서 제주섬은 사실상 전쟁 상황 직전이다. 목숨을 건 단식 항의운동이 수차례 일어났고, 일방적 신공항 강행에 대한 반대 여론 역시 시들기는커녕 도리어 되살아날 뿐만 아니라 확대,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 사태 역시 공공갈등으로써 국토교통부와 제주특별자치도 집행부의 일방주의 행정의 폐단을 여과 없이 드러냈을 뿐이다. 물질만능 성장주의는 제주섬의 가치와 기능, 미래 전망을 잠식할 뿐 희망을 낳지 않는다.

셋째, 이런 군사주의와 성장주의, 관료주의 득세는 제주섬을 지속 불가능한 지역으로 몰아가고 있다.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제주섬으로 거듭나야할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형국이라고 진단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적으로 정의로우며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제주섬으로 부활하기 위해 이미 제주학살문제의 해법으로 ‘정의를 통한 사회적 치유’의 길이 제안되어 있다. 여러 가지 접근방법 가운데 중요한 것으로서 제주학살로 무너졌던 공동체 재건을 위해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제주섬을 제2의 파국으로 몰고 가는 강행수를 즉각 철회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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