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를 내다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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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수필가

일주일간 남편의 병원 생활을 마치고 퇴원 수속을 밟으며 은근히 걱정이 됐었다. 병원비가 만만치 않게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환자가 부담해야 할 의료비가 생각 외로 적었다. 골칫덩어리도 떼어냈겠다, 홀가분하게 병원을 나섰다. 새삼 국민건강보험의 고마움을 느끼게 됐다.

대학병원은 수술을 받기 위해 대기 상태이거나, 수술이 끝나 회복 중인 환자로 병실이 모자랐다. 응급실은 물론 기다리는 환자들이 애를 태우고 있었다. 병실에 누워 있는 환자 대부분 노령으로 접어든 사람이 많았다. 입·퇴원을 수시로 하며 생명을 이어 가는 처지다. 병시중도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배우자였다. 동네 개인병원마저도 주로 노인이다.

장수의 첫째 조건은 건강이 우선이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현실에 눈을 떴을 때 앞으로의 백세시대가 그린 듯 보였다. 장수가 곧 행복이 아니라는, 곧 장래 국가의 큰 빚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움직여 일상생활을 하며, 경제적 지원을 받지 않고 생계를 이어갈 수 있을 때 축복 받는 삶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 노인증가율은 세계 1위라고 한다. 젊은 시절 고생하며 부를 쌓아 오늘날 누리는 여유를 다시 곳간에서 빼 먹고 있는 셈이다. 젊을 때 열심히 벌었으니 늙어 먹고 즐기며 사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빈 곳간을 채울 인력과 재원이 고갈되는 게 문제다. 노인 인구는 증가하는데 생산인구의 급감으로 채우고 다시 쓰고 하는 순환 고리의 허리가 얇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능력이 있어도 아이를 갖고 싶지 않다는 젊은 젊은이가 많다. 신경 쓰지 않고 즐기면서 살겠다는 욜로족을 이기라고 탓할 수도 없다. 결국 후손에게 빈곤한 나라를 물려줄 게 뻔하다. 지금의 노년은 힘들고 가난한 시절을 넘어 웬만큼 누리고 사는 여유도 있었지만, 앞으로 젊은이들은 지금만큼 살아갈 형편이 못 될 것 같다. 병원을 오가는 길에서다. 택시 기사 몇 분은 하나같이 자식들이 점점 살기 어려워질 나라를 심각하게 걱정했다.

1963년 의료보험이 제정된 후, 보완과 여러 통·폐합 과정을 거치며 국민건강보험으로 발전해 국민의 건강을 지켜왔다. 보험 혜택으로 크고 작은 질병을 치료 받으며 삶의 질을 높여 주는 역할을 해 오고 있다. 보험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면 빈곤층은 질병과 싸우며 고통스럽게 사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저출산에서 고령화 시대로 가는 한국은 국민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이 머지않아 고갈될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는 안정적인 재원 조달을 위해 다각도로 운영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삼사십 대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후일 누려야할 혜택인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이대로 간다면 자신들은 혜택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정부는 국민연금·국민건강보험만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최소한 생존 조건이 고갈 돼서는 안된다. 국가 앞날의 재정을 위해 무조건 퍼 주기 복지 혜택도 선별돼야 하지만, 먼저 국민도 나라에 걸핏하면 손을 내미는 의타심도 버려야 한다. 빈곤으로 가는 길을 국민들이 먼저 깨우쳐 냉정해야 하지 않을까. 후손과 나라를 위해 선심성 복지에 환호할 일만이 아니다. 장수가 축복이 될 수 있도록 무엇을 준비할지. 모두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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