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과 제주공항 주변의 교통·공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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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수파드엘릭사 고문/논설위원

지난 5월 고향 친구들과 함께 ‘한라산 천아 숲길’을 걸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나름 성공한 친구가 어느 날 사직한 뒤, 고향 땅 제주에 가서 걷고 싶다고 해서 동행했다. 평소 제주도에서 올레길 걷기 모임을 하는 소꿉친구들도 같이 해주었다.

천연림 사이로 난 천아 숲길을 5월에 걷는다는 것은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고 이렇듯 맑고 깨끗한 공기를 매일 마시며 살고 있는 제주 친구들이 부럽다고 했다.

그런데 거기서 시내에 사는 친구로부터 의외의 말을 들었다. 올해 들어서만 미세먼지 경보가 수차례 발령되었고 5월에 제주에서 오늘처럼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날이 드물었다고.

다음 날 공항에 갔는데, 평일인데도 사람들로 꽉 차 있고 예외 없이 서울행 비행기는 한 시간 정도 지연되었다. 공항 안에 있으니 답답하고 머리도 아파서 밖에 나가 보니, 멀리 아름다운 한라산 백록담은 잘 보이나, 제주시 연동 아래쪽은 누런 띠가 걸려 있는 듯했다.

제2공항 추진 여부를 두고 제주 도민 사회는 찬반으로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KBS 제주 방송국 주최로 열린 제3차 공개토론회가 지역 방송은 물론,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하여 생중계되었다. 서울 사는 제주 도민으로서 유튜브를 통하여 80여 분간 진행된 열띤 토론을 지켜보았다. 제주의 백년대계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안임이 틀림없고 찬반 진영 모두 분명한 논리가 있었다.

특히 반대 측으로 나온 사람은 주변 사람들에게 신망이 높은 지인으로 그의 고향 사랑에 대한 진정성과 열정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2공항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염려와 분노를 충분히 이해한다. 그동안 온 섬이 북적거릴 정도로 제주를 찾는 관광객의 수는 급증했으나 정작 그 속에서 오랫동안 살아 온 제주인의 경제적 삶은 그다지 개선되지 못하였다. 오히려 차만 막히고 쓰레기만 넘쳐 제주 사람들은 육지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만 치우는 신세로 전락했다고 푸념하기도 한다.

제주도의 관광 사업은 기본적으로 제주의 환경자원을 바탕으로 한다. 그렇다면 이와 관련된 모든 사업의 영업권은 그 지역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살며 현재의 관광 여건을 유지 보존해 온 현지 주민들에게 원천적으로 있으며 우선적으로 주어졌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하지 못했다. 제2공항을 추진한다면 이러한 도민의 분노와 염려를 잠재울 수 있는 ‘빼도 박도 못하는 제도와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제2공항이 필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으나, 현재 공항 주변으로 과도하게 집중되어 한쪽으로 찌그러져 몸살 앓고 있는 제주의 균형을 바로 잡기 위한 유일한 대안으로도 가치가 높다고 본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현 공항의 확장 사용 방안은 기술적, 안전상의 문제는 논외로 치더라도. 현재 제주 중심권의 교통, 공해 등의 환경을 생각보다 훨씬 더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쏠리면 막힐 수밖에 없고 현재 공항 주변의 교통 상황은 심각하다. 분산시키지 않는 한 별 방법이 없어 보인다.

겹겹이 지어진 건축물들은 바람의 통로를 막고 있다. 차량은 정체될수록 심한 매연을 내뿜는다. 눈에 보이는 교통 문제는 쉽게 인식할 수 있으나, 공해 문제는 한참 진행되어 심각해질 정도에야 알게 되며 그 때는 손쓸 수 없을 정도가 되어 버린다. 연동 쪽을 바라보면서 청정 제주에서 대기 오염을 걱정해야 한다니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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