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찐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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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2008년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 위기의 주범은 월가(街)의 금융 회사들이다. 세계 4위의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는 그해 9월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최대 증권사인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매각됐다. 이로 인해 리먼에서만 2만5000명이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됐다. 다른 금융권 직원들도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에 내몰렸다. 하지만 정작 경영 실패의 책임을 져야 할 일부 경영진들은 거액 연봉과 퇴직금 챙기기에 급급했다.

이때 주목받은 용어가 ‘살찐 고양이(fat cat)’다. 탐욕스럽고 배부른 자본가나 기업가를 비꼬는 표현이다. 1920년대 저널리스트 프랭크 켄트의 저서 ‘정치적 행태(Political Behavior)’에서 유래됐다.

살찐 고양이들의 도덕적 해이는 2011년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를 촉발하기도 했다. “1%의 탐욕과 부패를 99%가 더는 못 참겠다”라는 외침은 양극화에 신음하는 세계 많은 곳에서 동조 시위를 끌어냈다.

▲‘살찐 고양이’가 제주 사회에서도 회자하고 있다. 제주도의회 고은실 의원이 도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의 임금 상한선을 제한하는 ‘최고 임금 조례(살찐 고양이 조례)’ 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다. 고 의원에 따르면 도내 15개 공공기관 중 기관장 연봉이 최저임금(월 174만5150원)의 6배가 넘는 곳은 6군데, 7배가 넘는 곳은 5군데라고 한다. 여기에 성과급 평가에서 ‘가’를 받아 기본급의 200~300% 추가되면 최저 임금과의 격차는 더욱 커진다.

전국 광역단체 중 살찐 고양이 조례를 둔 곳은 부산시가 유일하다. 부산시의회는 지난 3월 지역 공공기관 임원 보수를 최저임금과 연계해 기관장은 7배, 임원은 6배로 제한하는 조례를 의결했다. 이를 두고 당초 위법 논란이 있었으나 행정안전부가 상위법 위반 소지가 적다고 판단해 대법원에 무효소송을 내지 않기로 했다. 이젠 어느 자치단체도 의지만 있으면 관련 조례 제정이 가능해졌다.

▲고양이에게도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다. 살찐 고양이는 사람처럼 관절염과 당뇨병, 지방간, 고혈압 등의 다양한 질환에 취약하다. 운동 부족과 과다한 영양 공급 탓이다. 해결책은 체중 감량이다. 억지로라도 운동량을 늘리고 섭취량을 통제해야 한다.

고액 연봉에 걸맞은 성과를 내면 모를까, 그러하지 못하면 인위적 다이어트는 선택이 아니고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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