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한 점이 살아있는 미술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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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은자, 이중섭미술관 학예연구사

한때 우리나라 지자체에서 예술인 기념관이나 미술관 건립 붐이 일었다. 그 중 작가미술관(Single artist museum)도 그 기류를 타고 여럿 생겨났다. 예술을 관광과 접목하려는 데에 그 연원이 있다.

최근 이중섭 미술관 세미나에서 한 발제자는 “작가미술관은 한 화가의 삶과 예술, 그리고 당대의 사회, 문화, 정치, 역사의 문맥이 숨 쉬는 곳이다.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예술적 영감을 전달하는 사회교육기관으로서 타 미술관과 차별화된 고유한 분위기를 살려야 한다.”고 했다. 발제자는 작가미술관이 작가의 무덤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해당 작가의 대표작품 등 수장품의 확장 및 연구, 전시 공간, 운영 조직의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

한 작가에 대한 관심의 폭이 넓을수록 새로운 가치 평가, 재인식의 계기를 가질 수 있다. 특히 소장품은 작가미술관의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나 작품이 고가인 경우 공적 자금으로 구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럴 때 민간의 기부 운동은 미술관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는다.

해외 유명 작품 기증 사례로 밀레의 <만종>을 들 수 있다. 밀레는 미국인의 의뢰로 1860년경 <만종>을 완성했다. 그러나 의뢰자가 <만종>을 인수하지 않는 바람에 당시 가난한 밀레에게 제작비를 지원한 화상의 손을 거쳐 <만종>은 경매에 붙여졌다. 프랑스는 시민 모금 활동을 벌이면서 미국과 치열한 경매 경쟁을 치렀으나 결국 58만 프랑에 미국으로 넘어갔다. 그러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프랑스인 알프레드 쇼사르가 거금 80만 프랑으로 <만종>을 구입해 1906년 루브르 박물관에 기증했고, 이후 오르세 미술관으로 옮겨졌다. 이 미술관은 <만종>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또 반 고흐의 <삼나무가 있는 밀밭>은 애넌버그 파운데이션이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기증했고, <별이 빛나는 밤>은 릴리 블리스의 유증(遺贈)에 따라 모마(MoMA)에 기증돼 이들 미술관의 대표작이 됐다. 작품 한 점이 화가와 국가, 그리고 미술관에 미친 파급효과는 실로 대단하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반 고흐 재단 도미니크 얀센 대표는 “고흐의 꿈을 이뤄주는 것이 나의 꿈”이라며 고흐 방에 프랑스 오베르쉬르우아즈 시절 그림 한 점을 걸어놓자는 ‘반 고흐 꿈’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식품회사 마케팅 이사로 근무했던 그는 반 고흐가 생애 마지막을 보낸 라부 여인숙 근처에서 1985년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때 병원에서 고흐의 편지들을 읽고 고흐의 예술 신념과 철학에 매료됐다고 한다.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때마침 경매에 나온 라부 여인숙을 인수했다. 그리고 고흐의 마지막 흔적을 복원하기 위해 1987년 ‘반 고흐 재단’을 설립했다.

생전에 고흐는 자신의 그림이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아닌 카페나 학교와 같은 친근한 생활공간에 걸리길 바랐다. 작은 라부 여인숙은 고흐가 70일간 머물며 <까마귀가 있는 밀밭> 등 유명한 밀밭 시리즈를 남긴 곳이다.

세계 유수 미술관들도 시민들의 애정 어린 노력으로 유명해졌다. 살아있는 미술관이 되려면 ‘기증과 기부’가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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