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과 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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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어느 순간인가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이나 왠지 모를 초조함은 자신의 존재를 기억하라는 누군가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 갑작스럽게 집안 어디에선가 부모님의 유품을 발견하거나 힘들고 외로울 때 꿈에서 보이는 것들은 도움을 주고 싶다는 암시이다.

큰일을 앞두고 있는 경우라면 유골을 모신 장소에 찾아가 마음의 각오를 다잡아 내고 그렇지 못할 사정이 있다면 한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잊지 않았다는 것을 가슴에 새겨내자.

오래된 인연이기는 하지만 언제나 안부 인사 정도 하는 여성은 정식 매장이 아닌 노점상을 하는 사람이었다. 항시 친절함과 눈썰미가 있어 고급스러운 품격을 지닌 물건을 구해와 꽤나 손님이 있어 보였으나 비가 올 때라던가 날씨가 덥고 추울 때는 좌판을 벌이지 못하니 이도 저도 아닌 상태였다.

남편 되시는 분은 직장에서 나와 친구와 작은 사업을 하다가 큰 거래처가 부도 나는 바람에 살던 집마저 경매에 넘어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월세로 방을 얻어 지내는 형편이란다.

그런데도 힘든 일을 마다하더니 최근에야 대리운전을 하는데 성실하지 못해 매일 불만 불평이란다.

답답함에 점을 보러 다니기도 하는데 한결같이 이혼을 권하고 아직은 시기 상조이니 직장을 알아보라는 대답만 돌아온단다.

그런데 손잡은 기도가 하늘에 닿았는지 근처에 싼 가격에 가게가 나와 평소 가깝다 했던 지인에게 금전 융통을 부탁하니 흔쾌히 허락을 해준다고 해서 해보고 싶단다.

지난 고생을 보상받을 수 있는 기회였다. 그래서 몇 가지 약조를 하고 시작하면 현실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절대 초심을 지켜달라는 당부와 함께 기댈 곳이 필요하다는 불쌍한 영혼의 부탁을 받아 고민하던 차라 지체 없이 실천에 옮기었다.

그래서인지 정식으로 개업을 하기 전에 방문객이 밀려와 골칫거리였던 재고마저 다 팔렸단다.

그 후에도 가끔 들여다보면 혼자 감당할 수준이 넘었지만 욕심부리지 않고 대학생인 딸의 일손을 빌리면서 알뜰살뜰 살림을 늘리고 있단다.

오늘도 기다리면 복이 온다는 농담 어린 진심에 진지한 표정으로 맞아주는 그를 볼 때 잘하고 있다는 칭찬을 보태고 싶다. 변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꺼지지 않은 용기와 열정을 불태워 아름다운 그림을 머리속에 그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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