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의 변증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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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타당성 용역을 토대로 성산이 신공항 예정지로 발표된 게 2015년 11월이었다. 제주에 제2공항을 건설해 포화상태인 현 공항의 위험과 불편·불합리를 해소한다는 취지였다. 지역의 균형 발전을 꾀한다는 의도도 담겨 있었다.

당초, 성산과 그 인근에 땅을 가진 사람들이 들떠서 환호하는 것을 목도했다. 당연한 반향으로 보였다. 합당한 보상에다 지가 상승 잇속과 지역민의 이익 극대화라는 기대심리가 있었을 테다. 왜 아니겠나.

한데 추진이 벽에 부딪혔다. 시간이 흐르면서 찬반으로 대립해 지지부진 네 해째다. 작금에 이르러 큰물로 급물살 넘치는 하천을 바라보듯 심사 불안하다. 잘해 보자고 사안에 따라 이견을 낼 수는 있다. 하지만 당초 고무됐던 분위기로 하면 신공항 반대는 뜻밖이라 뜨악했다.

찬반양론으로 첨예하게 맞서게 되면서 설왕설래 말들만 무성하다. ‘강정처럼 흘러가는구나.’ 가시적인 진전은 없고 긴장감만 감도는 모양새다.

최근 들어, 기존 공항만으로 항공 수요를 능히 감당할 수 있으리라는 견해가 제시됐다. 현 공항의 활주로를 동서 방향에 이어 남북으로 교차 이용하면 굳이 신공항을 안 지어도 된다는 것. 그럴듯해 단박 수긍이 갔다. ‘그런 묘안도 나올 수 있는 거로구나.’ 했다.

한데 아니었다. 그건 고도의 관제 능력 확보라는 조건 충족이 전제됐을 때만 가능하다는 게 아닌가. 예사롭지 않은 문제 같아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말았다. 또 하나는 외국인 관광객으로 인한 피로감을 내세우면서 신공항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공항을 새로 지으면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그에 따른 심각한 폐해 우려다. 하지만 안 맞는 논리다. 2017년 사드가 야기한 유커의 한국 관광 통제 이후 추이를 보면, 처음엔 주춤했으나 관광객 수에 큰 변동은 없었다. 내국인들이 그 빈자리를 메웠단다. 시끌벅적하다 뜸한 틈에 제주도로 가자고 몰렸다는 뒤꼍 얘기다. 그렇다면 이도 합리적 주장이 아닌 듯하다. 그새 관광이 주력산업이 돼 있는 현실에서 신공항을 반대하는 건 이치에 닿지 않는 것 같다.

하늘길 가운데 세계에서 제일 붐비는 게 서울-제주 노선이다. 통계가 있다. 지난 4월 영국 항공교통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 2월까지 이 노선을 오간 운항 횟수는 7만 9460회였다 한다. 매일 210편의 비행기가 오간 게 된다. 5~10분 간격으로 뜨고 내렸다는 얘기다.

임계점에 다다랐다. 비행기들이 빽빽이 줄짓고 있음에도, 활주로로 들어서는 일촉즉발의 진풍경, 위기상황에 소름 끼칠 일이 아닌가. 강풍과 폭우 같은 악천후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19일, 국토부의 제2공항기본계획수립 용역 최종 보고회가 무산되는 걸 보며 가슴 쓸어내렸다. 주민설명회를 막고 나서면서 용역진들에게 밀가루를 뿌리며 쫓아냈다 한다. 이제 이런 행태는 안된다. 그렇게 가면 어찌할 것인가. 정부도 좀 더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닌지. 밀고 밀리는 소모적인 기 싸움은 문제의 해법이 아니다. 일을 더는 시정거리 밖으로 몰아내지 말아야 한다.

좀 유연해질 수 없을까. 차가운 이로(理路)로 공감의 묘리를 찾을 일이다. 정〉반〉합의 변증법적 지양(止揚)만이 길이다. 합의는 민주적 가치의 중핵이다. 다수가 침묵하고 있다. 그들은 어느 쪽일까. 도민들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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