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도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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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어느 해 국세청이 내놓은 고액 체납자들의 돈 숨기는 기술은 기상천외 자체다. 세금 9억원을 버티던 한 체납자는 아궁이 잿더미 속에 돈가방을 숨겼다가 들통났다. 그 속에 5만원권 다발 5억원과 미화 1억원을 감춰뒀다.

또 다른 체납자는 집안 곳곳에 다이아몬드 반지와 고가 미술품 등을 숨겼다가 발각됐다. 돈 있으면 왜 안 내겠느냐고 발뺌하던 체납자 집에선 고급 와인 1200병과 명품가방 수십 개가 나왔다. 유령법인을 세워 호화주택을 사거나 허위 근저당권으로 재산을 빼돌리는 건 이젠 낡은 축에 속한단다.

국세청 직원들이 추적을 피하기 위해 주소지가 아닌 전원주택에 살던 체납자를 찾아낸 건 실로 용하다. 게다가 세금을 환수하겠다며 아궁이 속까지 뒤졌으니 그 능력이 감탄스럽다.

▲2004년부터 2017년까지 명단이 공개된 고액·상습 체납자의 체납액은 102조원이 넘는다. 그중 징수실적은 1조1555억원으로 징수율이 고작 1%대에 머문다. 상습 체납자들의 납세회피 수단이 날로 교묘해지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자 우리 정부가 호화생활을 하면서 고액의 세금을 악의적으로 내지 않는 체납자들에게 칼을 빼들었다.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악의적 고액 상습 체납에 경종을 울렸다. 문 대통령은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하고 “고액 체납자들이 더 이상 특권을 누리지 못하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추적하라”고 강력 지시했다. 앞서 이달 초엔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점검·조정회의를 열어 ‘호화생활 악의적 체납자에 대한 범정부적 대응 강화 방안’을 확정·발표하기도 했다.

▲이 모두 조세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조치일 것이다. 부도나 폐업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체납한 이들도 있겠으나 상당수는 버티면 된다는 철면피 체납자들이라는 얘기다. 납세의 의무는 국방의 의무, 교육의 의무 등과 함께 헌법상 대표적인 국민의 의무로 꼽힌다. 살림이 어려운 서민들도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데 있는 계층에서 이를 실천하지 않는다면 공정한 사회가 아님이 분명하다. 세금을 내지 않고도 잘 먹고 잘살 수 있다는 오판을 아예 못하도록 엄벌의 선례를 꾸준히 남겨야 한다.

생각건대 세금 도둑은 다른 곳에도 수두룩하다. 나랏일은 빌미로 엉뚱한 곳에 헛돈을 쓰는 정치인이나 저소득 주민들의 복지비를 가로채는 파렴치 공무원들도 매한가지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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