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 좋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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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호 시조시인

옛 어른들은 젊은이들에게 세 뿌리를 조심하라는 말을 때때로 했다. 세 뿌리란 혀뿌리, 손 뿌리, 남근을 말한다. 즉 말을 조심하고, 도박을 하지 말고, 성관계를 함부로 하지 말라는 것이리라. 이 중에 한 가지라도 잘못 해서 패가망신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수 없이 봤었다. 요사이 혀뿌리를 잘못 놀려 구설수에 오르는 정치인들 때문에 개탄의 목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인간은 정교한 언어 사용 능력과 뇌 기능이 고도로 발달해 있다. 그래서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고 있다.

막말의 뿌리는 최소한의 교양도 없는 저급한 생각이다. 특히 말로서 먹고사는 정치인들에게는 어쩌면 말은 존재의 이유이기도 하다. 국회의원들은 면책 특권이 있어서 그런지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평균 수명이 종교인 다음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시대정신과 올곧은 신념을 담은 정치인의 말은 시대를 넘나들며 회자된다. 그러나 막말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원색적인 비난만 쏟아내고 있어 설득이 아닌 상처를 주는 칼날 같다.

또한 그 칼날은 국민들의 가슴을 해 집고 다닌다. 때론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고 있다. 자신이 찔리는 것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단 한번이라도 상대방을 쓰러질 수 있도록 찌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곧 정치력이라는 능력으로 통하는 이유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말하기 좋다 하고 남의 말을 말을 것이/남의 말 내 하면 남도 내 말 하는 것이/말로써 말이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작자 미상)는 청구영언에 들어 있는 옛시조다. 남의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주제를 읽을 수 있다. 한 마디 말이 그 사람의 품격을 말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언제쯤 우리나라 정치인의 말의 품격도 좋아질까. ()자 세 개가 모여 품수의 () 자가 된다. 품격 있는 행동과 말의 정치는 요원하기만 한 것인가.

이청득심(以聽得心) 이란 말이 있다. 귀를 기울이면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헤겔은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는 바깥쪽이 아닌 안쪽에 있다고 했다. ‘세 치의 혓바닥이 여섯 자의 몸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는 말을 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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