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왕’
‘헌혈왕’
  • 제주신보
  • 승인 201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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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혈액은 여러 종류가 있고, 이에 맞게 수혈해야 한다. 이 같은 사실을 처음 밝혀낸 이는 오스트리아 출신 병리학자 카를 란트슈타이너(1868~1943)이다. 그는 1901년 혈액형을 지금의 A형, B형, O형(당시는 C형으로 발표)으로 분류했고, 그 이듬해 그의 제자들이 AB형을 추가했다. 그것이 A, B, O, AB로 구분한 ‘ABO식 혈액형’이다.

이로 인해 헌혈과 수혈의 역사가 시작됐다. 1차,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는 부상병 치료를 통해 중요한 의료 기술로 자리를 잡았다. 그는 이 같은 공로로 1930년에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그의 생일인 6월 14일은 세계보건기구 등이 지정한 ‘세계 헌혈자의 날’이다.

▲최근 본지 보도(6월 27일자 5면)를 통해 399번 헌혈을 한 이가 소개돼 화제가 됐다. 주인공은 고영국 제주시교육지원청 총무팀장(51)이다. 1990년 강화도에서 무적 해병으로 복무 당시 처음 헌혈한 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놀라운 것은 헌혈 주기다.

2002년까지는 두 달에 한 번 했으나, 그 이후에는 격주로 하고 있다. 2주에 한 번꼴이다. 범인(凡人)이 보기엔 놀라울 따름이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2002년 한림공고 근무 당시 같은 학교 교사의 눈물 때문이다. 교사는 자녀를 백혈병으로 저세상에 보냈지만, 수십 장의 헌혈증서로 도움을 준 고 팀장에게 무척이나 고마워했다. 그 후 교육부 파견 근무 때도 2주를 건너뛰지 않았다. 추자중으로 발령 후에는 2주에 한 번씩 배를 타고 나와 혈액원을 찾았다. 300회를 달성하며 대한적십자사의 ‘헌혈유공장 최고명예대장’을 수상했다. 그러는 사이 ‘O형’헌혈증서는 20여 명에게 빛이 됐다.

그럴수록 건강이 소중해졌다. 매일 아침 운동을 거르지 않고 있으며, 교육청 직원으로 구성된 ‘숨비축구사랑동호회’에서 체력을 다지고 있다. 다른 어떤 종목보다도 극기와 인내를 요구하는 철인3종 경기에도 수회 참가한 경력도 있다.

▲어느 나라도 A형과 O형을 합치면 전체 혈액형의 절반을 넘어선다. 그래서 세계 의학계는 A형을 어떤 혈액형에도 수혈이 가능한 O형으로 바꾸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수혈용은 헌혈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헌혈(獻血)은 영어로 ‘blood donation’이라고 하는 것처럼 소중한 기부행위다. 고 팀장은 오는 7일 400번째 헌혈에 나선다. 성스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