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의 원류를 찾아 떠나는 역사·문화기행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특별한 기행이 펼쳐지고 있다. ㈔질토래비가 마련한 제주의 역사·문화 걷는 길이 그것이다. 지난해 창단해 짧은 기간이지만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곳을 찾아 길을 만들고, 도민과 함께 그 길을 걸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탐라·고을·병담길’, ‘동성(東城)·돌하르방길’, ‘서귀포의 비경과 비사를 찾아서’, ‘한수풀역사문화걷는길’을 개장했고, 앞으로도 역사·문화의 길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길 안내자’라는 뜻의 제주어 ‘질토래비’. 역사문화 여정의 길을 만들고, 후세대에도 이 길에 이를 수 있도록 안내하기 위해 창단된 이 단체가 개장한 길에서 펼쳐진 역사의 장면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질토래비가 개장한 ‘탐라·고을·병담길’은 한짓골 서쪽 원도심 안팎의 길을 말한다.
탐라는 제주의 옛 이름이고 기원전후로 1105년까지 실제로 존재했던 나라였다.
이 길에서 만나는 고인돌·제사유적·무근성 등은 탐라 형성기 전후의 유물유적이다.
또 이 길에서 듣는 한짓골, 이앗골, 병문골 등은 원도심을 에워싼 제주성 안팎의 동네 또는 길 이름이다.
영주 12경의 하나인 ‘용연야범’으로 상징되는 용연(취병담)과 용두암 그리고 한두기는 용담동(골)에 있는 명승지다.
탐라의 고을들을 지켰던 진서루인 서문과 정원루인 남문 그리고 성담, 수호신처럼 성을 지키며 선인들과 생사고락을 같이 한 돌하르방과 제주선인들을 훈학했던 향교 등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명칭으로 적합하다고 여겨, 탐라·고을·병담길이라 이름 지었다.
제주목관아 건물 중에서 가장 다양한 역사·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여겨지는 관아는 관덕정이다.
이 길은 제주 역사·문화의 정수가 담긴 관덕정에서 출발해 다시 관덕정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만나는 주요 유물·유적들을 포함한 여정들이다.
탐라·고을·병담길이 품고 있는 제주역사·문화의 주요 유물유적들을 간단히 소개한다.
▲관덕정➞영뒷골➞간옹 이익 적거터=국가보물 32호인 관덕정은 조선시대 병사들의 무예 훈련장이었다.
그래서 관덕정 서쪽 골목으로 이어진 길을 영뒷골(營後洞)이라 부른다. 영뒷골에서 먼저 만나는 것은 간옹 이익의 적거터이다.
▲방삿길➞채수골➞사창터➞진서루=영뒷골은 곧 방삿길로, 탑동으로 이어진다. 방삿골은 사악한 것을 방어한다는 데서 비롯된 방사탑이 있었던 동네 이름이다.
골목을 돌면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 제주에서 최고급의 요정·여관 지역과 고풍스럽고 아담한 골목이 나타나 우리를 과거의 오솔길로 안내한다. 이 좁은 골목은 채수골이라 불리는데, 서문한질에서 북으로 난 짧은 골목이다.
채수골 골목은 예전의 제주읍사무소와 제주시청이 들어섰던 곳으로 지금은 공용주차장으로 변한 이곳에는 조선시대 이곳은 목관아의 창고인 사창(司倉)이 있었다는 표지석이 놓여있다.
▲병문천➞선반내➞서자복=‘성 밖을 흐르는 내’인 성밖내가 변해 선반내로 또는 선반(仙盤)내로 불려졌다고 하는 근방을 지나, 서자복이 있는 용화사란 절로 향한다.
서자복은 용암으로 조각된 석불(복신미륵)로, 서쪽 절에 있어 붙여진 이름으로 제주도 민속문화재 제1호로 지정됐다.
▲용천수➞한두기➞용두암=용연소공원이 이어지는 이곳 일대에서 용연선상음악제가 매해 열리고 있다.
선상음악제 주 무대 주변에는 용천수가 나오는 우물이 복원돼 있다.
복원된 우물을 끼고서 서한두기와 용두암으로 길이 이어진다.
▲제주사대부고 고인돌·할망당➞역사문화정원=탐라·고을·병담길은 제주대학교 사범대학 부설고등학교·제주중학교와 협약을 맺어 학교 교정을 걷는 길이기도 하다.
제주사대부고 교정에는 지석묘(고인돌)와 할망당이 원형에 가깝게 보존돼 있다.
▲현무암 집담➞용연상류계곡➞제사유적=군데군데 박힌 현무암 돌담과 용연상류계곡을 지나 용한소공원으로 향한다.
이 곳은 제사유적으로 쓰였던 곳이나 그 흔한 안내판 하나 없다.
▲포제단➞제주향교➞제주중학교=용담1동에서는 경로회관 동쪽 향교 옆에 아담하게 (포)제단을 차리고 마을제를 정기적으로 올리고 있다.
제주향교는 5차에 걸쳐 위치가 옮겨졌고, 1827년 지금의 위치로 옮겨서 오늘에 이른다.
제주중학교는 제주향교 터전에서 개설한 제주도 첫 사립 남자 중학교다.
▲서문한질➞성내교회➞이승훈 적거터➞칠성대➞향사당=향교를 나와 제주도 개신교의 발상지로 알려진, 현무암 건물이 퍽 인상적인 성내교회(이곳은 오래전 관아건물인 出身廳이 있었던 곳) 쪽으로 난 골목길로 접어든다.
성내교회 옆 골목으로 들어서면 1911년 마지막 유배인 이승훈 적거터를 알리는 표지석이 놓여있고, 지근거리에 있는 칠성대 하나가 우리를 반긴다.
적산가옥도 보이는 아담한 골목길을 바라보며 이내 향사당에 들어선다.
▲이앗골➞제주성담➞남문 정원루 터=관아에는 목사가, 이아에는 판관이 집무했다.
탐라순력도 제주전최(濟州殿最)에는 관아와 이아가 잘 그려져 있다.
관아는 복원된 반면 이아는 전혀 복원이 되지 않았다.
일제시대 이아 자리에 근대식 병원을 지었고, 해방 후 제주도립병원이, 제주대학병원이 차례로 이곳에 들어섰다.
이앗골을 지나 찾아간 성안길에서 숨겨진 성담을 찾으며 걷다보니 남문인 정원루 터임을 알리는 표지석이 나타나고 중앙로 너머로 제주성지가 보인다.
▲한짓골 칠성대➞박씨초가➞중앙성당=중앙로가 생기기 전 제주시에서 가장 번화한 길은 한짓골이라 불리는 이 지역이었다.
한길 동네 즉 중앙길 동네란 뜻인 한짓골은 제주의 원도심으로 제주의 역사문화가 깃든 주요한 거리다.
칠성대가 놓인 곳에서 서쪽 골목으로 들어서면 도심 속 초집인 박씨초가가 우리를 반긴다.
박씨초가 골목길을 나서고, 이아 동쪽으로 난 박석이 깔린 한질을 걷다 이내 제주 최초의 천주교당 터 위에 지어진 중앙성당으로 들어선다.
※질토래비란?=‘질토래비’는 ‘길안내자’라는 뜻을 지닌 순수한 제주어다. 사단법인인 질토래비는 2017년 12월 28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2018년 동서자복길, 칠성로, 돌하르방길을 답사하며 제주역사문화 보급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다음은 탐라·고을·병담길이다.
관덕정 ▶ 영뒷골 ▶ 간옹 이익 적거터 ▶ 방삿길 ▶ 채수골 ▶ 사창터 ▶ 진서루 ▶ 무근성 ▶ 벽화거리 ▶ 풍운뇌우제단 ▶ 병문천 ▶ 선반내 ▶ 서자복 ▶ 용연 ▶ 마애명 공원 ▶ 현수교 ▶ 용천수 ▶ 한두기 ▶ 용두암 ▶ 제주사대부고 고인돌·할망당 ▶ 현무암 집담 ▶ 용연상류계곡 ▶ 제사유적 ▶ 포제단 ▶ 제주향교 ▶ 제주중학교 ▶ 서문한질 ▶ 성내교회 ▶ 이승훈 적거터 ▶ 칠성대 ▶ 향사당 ▶ 이아 ▶ 제주성담 ▶ 정원루 ▶ 한짓골 ▶ 칠성대 ▶ 박씨초가 ▶ 중앙성당 ▶ 책판고 골목 ▶ 관덕로 ▶ 성주청 ▶ 관덕정
언젠가 꼭 걷고야 말거야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