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의사의 처방전
금속의사의 처방전
  • 제주신보
  • 승인 2019.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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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전 제주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장

사람의 건강을 관리하는 의사, 식물치료사인 나무의사, 금속의 피로를 취급하는 금속의사 등 다양한 직종이 등장발전하고 있다. 식물과 금속이 건강한 상태에서 오랫동안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인간이 노력하는 것도 인간의 건강한 삶에 의미가 있다.

인간이 질병에 걸리고 부상을 당하는 것처럼, 금속에도 피로와 부식이라는 현상이 발생한다. 사람이 젊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던 것도 나이가 들면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금속도 세월 속에 피로가 누적되면 갑자기 뚝하고 부러지게 된다. 이것은 표면의 마찰이나 마모가 아닌, 그 금속 내부에서 일어난 본질적인 피로인 것이다.

사용기간이 어느 한계에 도달하면 금속 내부의 구조에 변화가 발생한다. 금속이 수없이 잡아당겨지고, 늘여지고, 가열되고, 냉각되고, 또는 진동이나 충격을 받게 되면 금속 결정의 원자배열에 변화가 일어난다. 이렇게 해서 결정구조에 변화가 발생하면, 이윽고 금속은 피로에 이르게 된다.

비행기의 부품 중에는 불과 며칠만 지나면 금속 피로가 노출되기 때문에 새로운 부품으로 교체해야 되는 것조차 있다. 물론 금속 종류와 용도에 따라 금속 피로가 발생하는 기간, 즉 금속 사용 수명이 다를 것이다.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의사가 처방전을 발행하듯이 금속 피로에 대처하는 전문가의 처방전도 존재한다. 보통 이의 처방으로는 별개의 금속을 소량 첨가하여 결정구조를 안정화시키는 방법이다.

이보다 더욱 난해한 금속의 질병은 부식이다. 인간의 질병이 외부로부터 병원균에 의해 발병하는 것처럼, 금속도 공기 혹은 흙에 포함된 산소 또는 물 등에 의해 부식된다. 물론 인간에게는 산소와 물이 절대적 존재이지만 금속에게는 문제아다.

표면에 녹이 보이기 시작하면 신속하게 처리해야 된다. 표면 부식보다 해결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 표면은 반짝거리는 금속이지만, 두들기면 쉽게 부서지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어떤 인자가 결정구조의 내부에 파고들어 발생하는 부식도 있다.

이와같은 부식 과정에도 여러가지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을 방지하기 위한 처치법도 다양하다. 가장 단순한 방법은 금속 표면에 도료를 발라 보호하는 것이다. 물론 크롬이나 니켈로 금속 도금법을 이용하면 더욱 확실할 것이다. 그렇지만 도금이 벗겨지면 빠른 속도로 부식이 진행된다.

이런 도금법을 이용하는 대신에 이러한 금속을 혼합한 합금을 만드는 것이 훨씬 더 빠르고 효과적일 것이다. 이때 당당하게 등장한 것이 크롬, 니켈, 철 등을 혼합하여 만든 녹슬지 않는 합금, 스테인레스 스틸(stainless steel)이다. 여기에는 11% 정도 이상 크롬이 함유된다. 이것을 우리는 스텐이라고 간단히 부르기도 한다.

이런 사실로부터 화학자들은 부식을 조절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일부러 금속 표면에 녹을 형성시키는 것이다. 이때 매우 얇고, 균열이 없는 막을 형성시켜야 한다. 이와 같은 산화 피막을 만들어 두면 내부는 부식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금속 분야, 즉 과학이 발전했다. 오랜 세월동안 금속, 유리, 세라믹스들이 인류의 반려자로 지내왔다. 그러나, 20세기에 접어들면서 강력한 경쟁 상대인 합성수지, 즉 플라스틱이 출현해 다양한 분야로 발전점령하고 있다.

불편함과 편리함, 유해함과 무해함, 무익함과 유익함 사이에서 도전과 응전의 그네를 타고 과학이 발전하고 있다. 장수시대에 건강관리가 중요하듯이 천연자원이 없는 나라일수록 특히 금속류를 소중하게 취급관리하는 것은 필수항목이다. 그런 측면에서 금속의 피로를 즉각적으로 풀어줄 수 있는 다양한 처방전도 발전해야 된다.